▲흙하나 없는 돌에서도 노란꽃을 피웠습니다. 야무진 꽃입니다.김민수
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 추억, 동심'입니다. 참 좋은 꽃말을 가졌습니다.
일단 빛나는 마음이라는 것은 이파리의 모양에서 온 것 같습니다. 괭이밥의 이파리는 완전한 하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파리가 심장의 모양이라고 해서 사랑초라는 이름을 얻은 식물보다 더 선명한 좌우대칭입니다. 또한 어린 시절 신맛이 나는 괭이밥 이파리를 한번쯤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니 추억이 서려 있고, 동심이 들어있는 꽃입니다.
요즘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지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들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런 것을 입에 대는 경험은커녕 이 작은 꽃,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펴보면 볼 수 있는 이 꽃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괭이밥의 이파리는 밤이 되면 오므라드는데, 이러한 운동을 수면 운동이라고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은 낮에도 잔뜩 이파리를 웅크리고 있는데 이걸 보면 게으름뱅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쉼의 묘미를 아는 지혜로운 식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쉼, 휴식을 모르고 바쁘게 달려가는 현대인들. 그래서 때로는 충분히 쉬어야 할 때에도 쉼 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표본인 것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나는 괭이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삶은 아침형 인간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가는 사람도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동지가 지났지만 아직도 밤이 긴 겨울입니다. 늘 천천히 느릿느릿을 이야기하면서도 빨리 찾아오는 어둠, 도시보다 더 깊은 밤으로 느껴지는 체감 어둠(?)으로 인해 해가 긴 여름철보다 활동 시간이 적어서 맨 처음에 시골 생활할 때에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계절마다 생체 리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은 겨울을 쉼의 계절로 받아들이고 꽃을 피우기 전까지 충분한 쉼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더 많이 잠을 자는 것조차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입니다.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리고자 하면 뿌리를 내리고 반드시 꽃을 피우는 괭이밥. 바위에서 꽃을 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우거진 수풀에서도 마침내 하늘을 향해 가느다란 줄기를 내밀고 마침내 노란 꽃을 피워냅니다. 물론 겨울에는 온몸을 땅에 붙이고 노란 꽃을 화들짝 피울 봄을 기다리고 있죠.
괭이밥, 작지만 참으로 야무진 꽃입니다. 이 야무진 꽃을 이번 봄에는 놓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바라도 보고, 만져도 보고, 이파리 따서 씹어도 보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3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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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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