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IF의 차우진씨송민성
"제대 후 복학해서 총여학생회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없진 않았어요. 여성주의가 주목을 끌기 시작한 때였거든요. 왠지 여성주의하면 쿨해 보이고 진보적인 것 같고. 그래서 솔깃했던 것도 있죠."
그때까지도 차우진씨에게 여성주의란 '저 쪽의 삶'이었다고 한다. A학점을 받으며 여성학 수업을 들으면서 그저 좋은 '남자친구' 혹은 '아버지'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이 고작이었다.
"총여학생회 간부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내가 왜 여기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이 운동의 주체인가? 같은 물음들이 반복됐죠."
대자보나 펼침막에 '우리'라고 쓸 때, 학생회 행사 준비를 도맡아 하고도 친구들로부터 "도와줘서 고마워"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할 때 차씨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여성운동을 '하는' 것인지, 여성운동을 하는 다른 여자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많았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공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차씨는 한 사이트에 글을 올리게 됐다.
"그런 느낌을 담은 제 글에 답글이 여럿 달려있어 봤더니, 모두 남자들이 썼더라구요. 자기들도 그런 걸 느낀 적이 있다는 거죠. 서로 너무 반가웠어요."
Men in Feminism
그렇게 그들은 모였다. 처음부터 '여성주의와 여성운동에 대해 고민해 보자' 따위의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만나서 수다떨고 술마셨어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여성운동 내에서의 소외'를 경험한 남자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공감받는 자리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