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드시러 오세요”

정해선 부부의 설맞이 이웃과 정나누기

등록 2004.01.19 11:03수정 2004.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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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해선씨.

정해선씨. ⓒ 박성규

“할아버지, 할머니! 떡국 드시러 오세요.”
오는 22일, 아산시 온천동(온양2동사무소 뒤편) 소재 ‘오병이어식당’에서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을 맞아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초대, ‘떡국사랑’을 펼친다.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명이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았다’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성경구절을 전하며 ‘오병이어’의 뜻을 알려주는 정해선(47·아산시 온천동)씨.

“혼자 외롭게 지내며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없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할아버지, 할머니, 소년소녀가장, 그리고 머나먼 이국에서 설을 맞으며 가족들을 그리워할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떡국이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행사 취지를 밝힌다.

삼계탕 전문점으로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마한 가게 규모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런 행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듯 싶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음식을 풍족하게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정씨의 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부터 온양2동 여성봉사대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해 오고 있다.


“지난해 추석이었어요. 봉사활동을 위해 온천동 소재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세요. 너무 외롭다고 토로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때 결심하게 됐죠. 큰 것은 아니더라도 주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전하자고….”

남편 박노현(47)씨 역시 이같은 부인의 뜻에 흔쾌히 동의, 이번 행사를 치르게 됐다.


“1백여명 정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날 하루만이라도 모두가 가족이 돼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백명이 넘더라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외로움을 덜었으면 해요.”

소박한 정씨 부부의 이런 결정에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동규(18) 상규(16) 두 아들도 일일봉사자로 참여한다. 떡국을 나르는 단순한 봉사지만….

앞으로는 이를 연중행사로 치를 계획이라는 정씨. 극구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하며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가 아닌데 인터뷰 사실을 알면 남편이 뭐라고 날벼락(?)을 내릴 지 한 걱정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1월17일자 게재

덧붙이는 글 충남시사신문 1월17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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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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