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모 연재소설 <수메리안> 38

등록 2004.01.27 11:40수정 2004.01.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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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군단의 대장은 본인이 맡고 좌 대장은 은 장수가 맡을 것이오."

은 장수는 감격했다. 마침내 자신이 강 장수와 나란히 서게 되었다. 기병 출신이라면 누구나가 함께 출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강 장수였다. 그저 출전만 하는 것도 영광인데 자신은 그의 좌군 동지가 되었다. 자기에겐 아직 그럴 자격이 없는데 강 장수는 거침없이 그렇게 지목했다. 사람이 자기밖에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철저히 따르고 배우겠다고 은 장수는 속으로 맹세했다.


"그러면 좌우군단을 통솔하실 영도 장군은 누가 됩니까?"

한 군사가 강 장수에게 물었다. 강 장수와 함께 온 기병이었다. 그들은 아직 에인이 그 통솔자로 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아버지를 보려고 이 먼 곳까지 왔으려니 여겼고 강 장수나 재상 또한 그 일을 비밀로 붙여왔던 것이다.

"그건 곧 알게 될 것이오."

강 장수는 그 질문을 일별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럼 이제 출정 현황을 밝히겠소. 우리가 준비한 것은 깃발과 장막(천막), 군장비와 군량을 운반할 병거(兵車)와, 칼 1천 자루, 그밖에는 태왕께서 보내주신 창과 활, 활촉이오."
"그럼 말은 어떻습니까? 새 군사들에게도 말이나 기병이 있습니까?"
"아니오, 말과 기병은 우리 군사 1백이 전부요. 물론 선인들과 마차용은 제외하고 말이오."
"그럼 새 형제국 군사들은 보병과 산병(散兵)으로 나누어야겠군요."


은 장수가 말했다.

"그렇소. 그들은 상황에 따라 탁군(운반군)으로도 대치시킬 수 있도록 애초 선발할 때 신체 조건도 고려했던 것이오."
"피복은 어떻습니까?"
"시간이 없어 다 맞추지 못했소. 대신 상대(상체에 걸치는 가죽)는 모두 지급했소. 또한 우리 군사들에겐 기마병 갑옷이 지급될 것이오. 다 아시겠지만 그쪽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마병이고 그래서 갑옷을 특별히 맞춘 것이오."
"정말 준비가 철저하십니다."


은 정수가 탄복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강 장수가 대답했다.

"내가 한 것이 아니오. 그 모든 것은 재상님께서 하신 것이오. 자, 이제 순서가 된 것 같으니 먼 길을 오신 에인 장군님을 소개하겠소."

에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강 장수가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이분이 바로 우리의 좌 우 군단을 영도하실 장군님이시오!"

그러자 모든 군사들이 일제히 떨치고 일어나며 환영의 함성을 질렀다. 사실 군사들에게도 에인은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야 백성들에게 회자되고 있지만 군사들이 가장 즐겁게 기억하는 것은 그가 곰을 잡았을 때였다.

에인이 곰을 잡은 것은 열세 살 때였다. 청년 선인에 응시한 소년들이 사냥을 나가 모두 고만고만한 짐승을 잡아서는 곧 돌아왔는데 에인만은 해가 저물도록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군사들이 에인을 찾아 나섰더니 에인은 제법 깊은 산속에서 자기가 잡은 곰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 했다. 군사가 왜 이러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소년의 대답이 "아무리 궁리해 봐도 혼자 끌고 내려갈 방법이 없어서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먼 길 정벌에 나섰소."

에인이 인사말을 시작했다.

"우리 소호 국에는 수백의 맹장수와 수천의 정예군사와 수만의 군졸이 있소. 또한 나라가 위급할 때는 언제라도 응전할 수 있는 선인들이 있소."
"……"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두 장수와 정예군사 여러분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신 분들이오!"

군사들이 그 답례로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러한 군대의 가장 큰 힘은 저마다 뛰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뛰어나게 하는 상하의 연통이오. 승전은 맹장의 힘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군사만 잘 싸워서 되는 것도 아니오. 군사와 대장, 그 상하의 힘이 하나가 된다면 그 어떤 강한 적도 간단하게 격파할 수 있을 것이오!"

군사들이 다시 우루루 일어나며 함성을 질렀다. 이때 제후는 또 한번 놀라고 있었다. 에인의 연설이 아니라 군사들의 열광에서였다. 한 나라에서 같이 살아보지 않아 그 정서를 알 수 없는 그로서는 에인의 어디가 사람들을 그토록 매료시키는지 알 수도 없었던 것이다. 에인이 계속했다.

"아까 강 장수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모두 한필에 묶여 있소. 따라서 앞으로 있을 승전도 어떤 개인이 아닌 상하, 공동의 몫이 될 것이오. 이 점 모두 명심하길 바라며 오늘은 이것으로 인사말을 줄이오."

그리고 그는 앉았다. 강 장수가 마무리를 지었다.

"자 이제 이것으로 1차 회합을 끝내겠소."

그러나 군사들은 아쉬운 듯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강 장수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들 일어나자면 지금 곧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이오. 이만 해산하시오."

에인과 재상이 자리를 뜨자 비로소 군사들도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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