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진·이정선 부부우먼타임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비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혼수나 집을 마련하는 문제가 아닐까. 이 문제로 싸우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파혼에 이르는 경우까지도 있는데 이것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린 좀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에 필요한 총 예산을 짜고 그 예산의 절반을 서로 나눠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똑같이 비용 부담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랑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예산을 짜고 서로의 상황을 배려하면서 모든 결혼 준비를 마쳤다는 기쁨이 늘 남아있다. 결혼을 준비하면 대개 혼수 등 예단 문제로 많이들 싸운다고 하는데 우린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운 데이트를 즐기듯 재미있게 이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뭐는 누가 준비해야 할 몫’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고 함께 준비하고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억울하다거나 다툴 일도 없었다. 이제 우리가 평등한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결혼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서로의 부담을 덜어주고 서로의 형편을 배려했던 모습들은 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결혼생활을 만들어줄 테니 기존의 형식과 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예비 부부들에게 우리의 사례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 “집안일 좀 한다고 여성주의자 아니죠” | | | 위민넷에 ‘남자의 신혼일기’ 연재 양정지건씨 | | | | ‘뉴스앤조이’양정지건 기자(사진 오른쪽)는 지난해 12월부터 여성부에서 운영하는 위민넷에 ‘남자의 신혼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제 겨우 두 편을 올렸을 뿐이지만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결혼이야기가 시선을 끌고 있다.
커플링으로 간소화한 결혼예물, 혼수를 따로 마련하지 않은 신혼살림 등 신혼 1년의 이야기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결혼’을 실현하려는 그와, 아내 김연경씨의 노력이 엿보인다.
양정지건씨와 아내 연경씨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하다 만났다. 만난 지 1년, 언젠가 농촌에 가서 살겠다는 삶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일치했던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은 시작부터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다.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꿈꾸는 그들에게 부모님은 ‘그러려면 결혼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결국 자식된 도리로 양보했지만 결혼식, 혼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들의 뜻대로 한다는 ‘빅딜(big deal)’을 성사시켰다.
예물은 스포츠 시계와 커플링이 전부였고 신랑, 신부는 양복과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었다. 하객들에게는 결혼식을 한 성공회대 학교식당 식사로 정성껏 대접했고, 돌아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도 한 권씩 들려줬다. 집이나 살림살이에 부모님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양정지건씨는 “부모님이 뼛골 빠지게 일해 번 돈을 결혼하면서까지 쓰는 게 부끄러웠고 결혼도 독립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돈을 치른 것은 결혼예복으로 장만한 50만원짜리 개량한복이다. 그것도 두 사람 옷을 다 합친 가격이다. 냉장고는 중고품으로 샀고 침대와 옷장은 쓰던 걸 들고 왔다. 옷걸이는 후배가 선물로 줬고 청소기도 선물로 받았다.
두 사람의 집에는 세탁기와 TV가 없다. ‘땀흘려 일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두 부부는 손빨래를 하면서 땀을 흘린다. 양정지건씨는 “손빨래가 의외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물을 덜 쓰니까 환경을 덜 오염시켜 좋다”며 손빨래를 예찬한다. 아내 연경씨는 천안에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선생님이다. 신혼 초부터 주말부부로 지내며 혼자 살림을 해온 양정지건씨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자신을 ‘여성주의자’라고 부르지는 말란다.
“집안일 좀 같이 하고, 부모 성 같이 쓴다고 여성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요리가 창조적이고 걸레질이 나를 낮출 수 있어서 좋아할 뿐”이라는 것이 이유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을 싫어하는 양정지건씨는 아내에게 존댓말을 한다. 친근하게 반말을 하고 싶지만 한 살 아래인 아내가 ‘오빠’라는 호칭과 함께 높임말을 쉽게 고치지 못하자 자신이 아내를 높여주기로 한 것이다. 좋아하는 만큼 아내를 존중하고 함께 노력하는 이 남자, 그가 계속 써내려 갈 신혼일기가 기대된다.
/ 우먼타임스 송옥진기자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