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었나?

반성하지 않는 자가 우리 민족의 미래마저 조작해서는 안돼

등록 2004.01.28 05:06수정 2004.01.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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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 시대 친일파 연구에 독보적 업적을 남긴 임종국(1929년 창령 생/1989년 졸) 선생은 <실록 친일파>(1991년 초판 발행·반민족문제연구소 엮음·돌베게출판) 349쪽에서 다음과 같은 비판의 글을 남겼다.

근본은 제1공화국의 총리 50%를 친일계로 앉혔다는 자체가 잘못이며, 반민법의 용두사미로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실책인 것이다. 민족사회의 근본이 이 정도로 빗나갔으니 전후좌우 구석구석이 설령 뒤죽박죽이 된다 해도 할 말은 없다. 애국자로 둔갑한 친일파, 그것은 그렇게 빗나간 근본에서 창출될 수 밖에 없었던,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후손에게 민족정기와 애국을 가르칠 수 없는 고약한 조상이 되고 말았다. 일제에게 붙어서 신도실천(필자주:황국신민/내선일체 형태)을 외치고서도 "애국"인가? 이런 무리의 단죄를 무산시키고서도 민족정기요, 그런 무리를 총리/장관에 앉히고서도 사회정의인가 ? 친일파 중 일부는 심지어 독립운동자를 "심사"(필자주:지금의 보훈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을 지칭)까지 하고 앉아 있었다. 선열들을 이 지경으로까지 욕보여 놓고서도 살신성인에 순국을 교육할 수 있는 것인가?

이제야말로 우리는 환골탈태가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단계이다. 살을 찢어 내는 아픔으로 그 모든 비리를 척결해 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유구한 민족사에서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친일은 한 시대의 민족의 비극이었고 불가항력이었다. 하지만 그 뒷처리에서 우리는 친일행위 그 자체보다 몇 배나 크고 엄청난 모순을 범해 놓고 말았다.

친일한 일제하의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참회와 반성이 없었다는 해방 후의 현실이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한 발본색원의 광정(필자주:바르게 고친다는 의미)이 없는 한 민족사회의 기강은 헛말이다. 민족사에서 우리는 부끄러운 조상임을 면할 날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반성이 없는 자들과 그 후손들이 이 시대의 주류가 되어 한국의 앞길을 호령한다면, 그 모든 근본이 썩어버려서 더 이상 맑은 세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 땐 어쩔 수 없었다", "이제와서 그걸 따져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반민족 행위를 합리화하는 이들의 말은 그 모든 진실을 가리고 거짓된 역사를 조작한 자들의 변명일 뿐이다. 바로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 자들 때문에 한국은 끝도 없는 정치부패와 경제부패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예로 요즈음 인천 부평구의 미군반환부지에 대한 '송병준' 후손의 소유권 주장 소송은 반성과 단죄가 없는 역사가 훗날 우리에게 얼마나 추악하게 그 위선의 가면을 벗고 나타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임종국 선생은 그의 저서 <실록 친일파> 37쪽에서 '송병준'을 일제치하에서 가장 악랄한 수법으로 치부한 자라고 다음과 같이 그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돈을 밝혔고 의리와 은혜를 몰랐다. 충정공(필자주:민영환)의 후원과 천거로 출세길이 열렸던 송병준인데, 충정공이 순절하자 그 댁 재산 7백 섬지기를 뺏기 위해 일경과 함께 협박을 자행하다 물의를 일으켰다."

"한말의 대실업가요 친구인 김시현이 죽어 재산관리를 맡게 되자, 송병준은 김의 아내까지 '관리'한 끝에, 재산 횡령 혐의로 사후 소송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또한 같은 저서 354쪽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송병준은 이완용보다 한 등급 위를 가는 매국노였다. 이용구("일한 합병청원서"를 냈던 매국노)와 함께 일진회를 주도한 송병준은 일 수상 가쓰라를 만나서 1억엔(필자주:요즘돈 약 2조원)에 나라를 팔겠다고 흥정을 걸었다. 헤이그밀사 사건이 나자 뒷짐결박을 하고 일군 사령관 하세가와 앞에 나가서 죄를 빌라고 고종을 윽박질렀다."

"송병준 > 구연수(필자주:송병준 사위) > 구용서(필자주:구연수 아들 한국은행 초대총재)의 계보가 한국의 은행/금융가의 최고왕자로 올라서고 이승만 정권시절엔 상공부 장관까지 하는 후세의 영광을 누렸다"


바로 이러한 자의 후손들이 뻔뻔스럽게 일제시대 때의 더러운 실제 치부과정은 숨긴 채 당시의 일경을 대신하는 몰염치한 변호사와 결탁해 빨갱이라는 죄악(?)보다 훨씬 무거운 반민족행위(국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민족을 말살했던 범죄 행위)를 단죄하는 법률이 없음을 이용하여 민족의식이 결여된 일부 사법부를 협박하여 일반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재산을 강탈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릇된 과거를 은폐하여 그 추악한 사실을 바꾸려해도 바뀌지 않는게 역사임에도 감히 역사마저 조작해 냈던 그들. 그 친일 행위자들은 한결 같이 이제와서는 "그 땐 어쩔 수 없었던 불가항력이었다"고 자기를 합리화한다. 즉, 자신의 과거를 결코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화하려 하는 것이다. 당시엔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적극적으로 일신의 출세를 도모하고 민족을 팔아서까지 자신의 영달을 도모했던 자들이 말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과거를 주장도 못하면서 비난을 그저 교묘히 피해가는 몰염치한 저질 인간 군상 그 자체다. 이런 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떳떳할 수 없는 죄악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폐악을 인식하지 못하는 완전히 도덕심이 망가져 있는 폐륜적 수준에 이르러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권력을 쥘 경우 그 피폐는 어떠했겠는가.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친일파가 주류를 이르는 정권의 부패는 극심하기 이를데 없지 않았던가. 이미 이 자들은 자기가 속한 민족마저 배신했는데, 더 배신할 무엇이 있겠는가. 오로지 추악한 일제 앞잡이 노릇으로 얻은 권력을 기반으로 사심 가득한 이익 갈취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우리 민족에게 더럽게 뿌려놓은 천박한 "거지근성"을 이젠 완전히 청소해서 말끔히 치워 버려야 한다.

항일운동 했던 지사들은 무엇 때문에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독립 투쟁했는가. 시대를 잘 모르는 바보라서 그랬던가. 이런 모욕적인 언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뉘우치지 못하는 자들의 끝없는 궤변은 현실이 뒤틀리지 않고서는 지탱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철면피들의 행태들은 오늘날도 계속 우리의 역사를 노략질하는데 반복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그 정권이 유지되도록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변명은 한결같이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었다" "나름대로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했다"라고.

그런데 그 변명의 내용은 꼭 '빨갱이' 잡는데 선봉에 섰다는 식으로 하여 자신들의 인권유린과 반민주적 행태를 합리화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를 심문하던 특무대-당시 특무대 대장은 '김창룡'으로서 일본 헌병 앞잡이였음-가 '안두희'가 백범과 반공논쟁을 하다가 김구를 암살했다는 식으로 그 암살 행위를 반공이데올로기로 미화하려 했던 사실과도 일맥 상통한다.

암살 행위마저도 반공이라는 논리로 미화하고 민족 지도자를 암살한 자를 우대하는 자들이나, 인권유린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 자들이나 그 도덕적 타락상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들의 잔혹하고 추악한 범죄는 우리 민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역사의 진보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 정치가 한국의 발전 위상과는 전혀 다른 후진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근본이 잘못된 과거 그리고 그 과거를 잘못 물려 받고 있는 추악한 유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요즈음 계속 망언을 일삼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말로 한심한 부패를 저지른 한국의 모 정당의 행태는 전혀 반성과는 거리가 먼 완전히 도덕성이 마비된 저질 수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불과 수 년전까지만 해도 대중이 정보를 공유하기가 꽤 힘들 뿐만 아니라 소수 언론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삽시간에 공유되고 전파되기 때문에 몽매한 민중을 상대로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고 호도하는 짓들은 더 이상 할 수 없으리라 본다.

속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들 친일파가 주도하던 대한민국의 상당수 주류 기득권층들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수구보수라는 기치로 '좌익' 혹은 '급진' 등등 하며 실상을 왜곡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할 것이다.

이젠 젊은 한국민들이 소극적으로 그 친일의 무리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들의 퇴진을 촉구하고 그 득세를 막는 일에 나설 때라고 본다. 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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