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뭘 할지 아시는 분이라 입구를 가능하면 작고 예쁘게 뚫어 어렵게 빨아 드셨습니다.김규환
"엄마 찾았당께요. 달걀 낳은 데를 알아냈어라우. 꺼내 오끄라우?"
"모시('모이'의 사투리)를 많이 안 줘서 요샌 낳지 않은 줄 알았다. 바가지 갖고 가서 꺼내 오니라."
"예."
알을 낳고 나온 암탉은 더 날렵해 보였다. 살금살금 쇠죽 솥 언저리 부삭(아궁이의 사투리) 위에 발을 딛고 구유에 한 발 올려 가로로 댄 나무를 밟아 위로 기어 올라갔다. 먼저 박 속을 파내 쪄 말린 바가지를 위에 올려놓고 대롱대롱 매달리듯 간신히 몸을 올렸다.
지푸라기는 쥐가 잘게 잘라놓고 닭구새끼(닭을 속되게 부르는 사투리)들 놀이터가 된 탓인지 어지럽혀 난장판이 되어 있다. 어둠침침한 주위를 살펴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을 한참 동안 감았다가 다시 떠보니 조금 적응이 되어 분간할 수는 있게 되었다.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히 엎드려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포근한 짚다발 사이가 움푹 패어 있다. 다가가 보니 요새 며칠 꺼내지 않아 일곱 개나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중 하나는 노랗다기보다 불그스름하고 따끈따끈하다. 덜 마른 빨간 피도 묻어 있다.
재래종 토종닭이 낳은 달걀은 크기로 따지면 메추리알 세 배 밖에 안 되게 작다. 속으로 하나 둘 셋 세어가며 달걀을 다 담아서 달걀 담긴 바가지를 위에 두고 몸만 거꾸로 내려오는데 그 사이 황소가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나 궁금했던지 구유 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이랴! 쩌리 안 갓!"
발로 툭 한번 콧대를 차니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선다. 가로로 된 나무 위에 발을 걸쳐놓고 바가지를 꺼내 마당을 가로질러 정지로 행했다. 어머니는 오늘도 일찌감치 저녁을 지어먹고 조리를 만드시려는지 벌써 밥을 앉히시려고 물을 데워 설거지를 한다.
"엄마, 요놈이 오늘 난 것잉께 아부지 드시라고 하싯쇼."
"니기 아부지한테 갖다 드려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