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의 성공적인 이미지 제고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 표지.오마이뉴스 신미희
1단계 전략 "티 안나게, 자연스럽게"
더욱이 이 문건은 경인방송과 지역신문, 범시민운동 등 미디어 홍보를 활용한 반복노출로 박 회장 인지도 제고를 꾀하고 있다.
'전략이 살아있으나 티 안나게, 자연스럽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1단계 캠페인은 △경인방송 등 영향력 있는 지역민방을 통한 장기캠페인 전개 △무가지(제호 '아이러브인천') 등 간행물 발행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매체 확보 △(가칭) www.ILI(아이러브인천).net 개설로 e-마케팅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또 iTV 연중캠페인 선포와 관련 △대중매체 영향력과 경인방송 대표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 △인천 미래상을 담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 개편 △'아이러브인천'을 주제로 한 대형 콘서트 등 경인방송의 초대형 프로모션 정기 개최 등 세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 문건은 박 회장을 홍보할 수 있는 매체로서 iTV 견학기념품과 우표, 배지, 스티커 등 기념품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을 주문했다. 심지어 초·중·고교의 방송국 견학에 장기 보관이 가능한 기념시계와 박 회장 인사말이 삽입된 홍보 브로셔, 기념사진 등 제공을 제안하고 있다. 문건은 이에 대해 "학생들의 경우 잠재적 유권자로서 부모들에게 간접적 홍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단계 "인간적인 면모 강조", 3단계 "선거출마 공식화"
2단계 캠페인은 박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와 강력한 리더십을 겨냥한 전략을 중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즉 1단계에서 확장된 '위러브인천'을 슬로건으로 걸고 장기적인 이미지와 선호도 제고를 위한 방안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문건은 출판기념회와 조직, 단체, 동호회 등 각 조직 리더그룹을 통한 구전 마케팅으로 자연스러운 홍보를 지속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 세부 방안으로는 △'아이러브인천' 콘서트 정례화 △'위러브인천' 공로상 수상 △제2회 박상은 출판기념회 등이 거론됐다. 특히 출판기념회의 경우 언론을 포함한 영향력 있는 인사와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 마련으로 꼽혔다.
3단계는 '세계속 인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박 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확실한 지지도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21세기 인천시민이 절실히 요구하는 지도자상을 적극 홍보해 선거직전 사전 분위기 조성과 동시에 인천시민의 충성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3단계는 박 회장의 선거출마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시기로 돼 있다. 문건은 이 대목에서 "재도전이 아닌 인천 미래를 위해 새롭게 출마하는 긍정적 이미지 확산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세부 방안으로 'Vision 2010' 선포대회, 박상은 당선전략을 위한 외부전문가 섭외, 단계별 보도자료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시장 선거 본 전략인 4단계의 경우 "지금의 선택이 인천의 100년을 결정한다-인천의 미래를 위한 선택, 박상은"이라는 슬로건 외에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문건은 "본 선거전략은 국내외 정세 및 경제상황, 정당 이미지의 변화, 경쟁상황의 변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선거일 3개월 전부터 단계별로 수립돼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언론-시민단체들 "상업적 민영방송의 폐혜"
이번 문건을 폭로한 iTV지부는 상업적 민영방송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규정했다. 강일석 iTV지부 위원장은 "박 회장이 경인방송을 자신의 선거캠프로 삼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국민의 재산인 공중파를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악용하는 처사는 응징받아 마땅하다"고 규탄했다.
강 위원장은 박 회장 취임 뒤 iTV 활로 모색을 위해 노사의 공동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iTV는 2002년 말 노사합의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체성 확립 △인적 쇄신 △공익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백서를 발간했다. 이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제시된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이라는 점에서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개혁백서가 나온 뒤 입성한 박 회장은 인적 쇄신 요구를 왜곡시켜서 지난해 9월 보직국장을 일거에 제작위원으로 발령내는 한편, 개혁위원회 활동을 무시하고 자신의 꿈은 인천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이라고까지 발언했다"고 토로했다. iTV지부는 경영진의 일방적 인사 조처에 반발, 경영진 퇴진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iTV가 사유화로 치달았을 때 미리 막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게 방송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 심정을 밝히고 "오늘 기자회견은 육탄으로 주조실을 뚫고라도 지역민들에게 꼭 알려내겠다"는 의지를 선언했다.
iTV지부 대책위는 또 박 회장이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편성시간을 바꾸거나 부당한 취재지시를 내린 경우 등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방영된 12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이 사례에 따르면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업무차량 번호를 '1001'로 취득하기 위해 보도국 기자를 차량등록사무소에 3일간 상주시켰으며 지난해 8월 14일 프로야구 SK 홈경기에서 시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방영하기 위해 정규뉴스 편성시간까지 변경했고, 9월초 '열전가수왕' 녹화를 고향인 강화군에서 강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iTV 지부는 "자본과 정치논리에 쉽게 좌우되는 '사영적 민영방송' 구조에서 이같은 모순이 비롯됐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30% 한도인 대주주 소유지분 중 일부를 비영리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10∼15%로 낮추는 방식인 '공익적 민영방송'으로의 소유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iTV 지부는 방송 사용화로 조합원 전체 명예를 떨어뜨린데 대해 박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선거에 방송프로그램을 활용하려 한 계획과 그동안 편성시간 변경 등과 관련해 선거법 및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공개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배임혐의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 회장의 iTV 사유화 시도 등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의 공익성 지키기' 차원에서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의 뜻을 보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국민의 소유인 방송 전파를 특정한 사업자나 개인이 사유화하는 것을 막는 게 국민 전체의 이익"이라며 '경인방송 바로세우기'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도 "이같은 일이 터지는 것은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접근하느냐, 시청자주권 실현의 통로로 보느냐의 문제가 본질"이라며 "SBS의 지역민방 계열화 등 민영방송 폐해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 박상은 회장 "노조의 음해"... 문건작성회사 "판매용" | | | |
| | ▲ 박 회장의 선거활용 시도가 담긴 문건을 다룬 iTV 2일자 방송뉴스. | ⓒ언론노조 iTV지부 | | 박상은 회장은 노조의 문건 폭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경영진을 불신하는데서 비롯된 노조의 음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회장은 우선 방송을 활용한 선거전략을 골자로 하는 문건에 대해 "기획사가 판매용으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으며 민경희 MO&DO 사장을 본 일도 없다"며 "문건을 만들라고 한 적도, 문건을 본 기억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MO&DO에서 일한다는 유호씨가 골프용품을 팔아달라고 찾아온 적은 있으나 문건을 받은 기억은 없다, 혹시 내가 모르게 놓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의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노조는 회사 노무법인이 제안용으로 만든 인사제도 개선안이 내 책상에 놓여 있자 구조조정 음모라고 공격한 바 있다"고 덧붙인 그는 "2006년 선거를 2003년부터 준비하는 사람이 어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직업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노조측 폭로 내용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면서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차량번호 '1001' 취득은 총무과장이 한 업무이며 프로야구 경기 시구도 구단측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그날 중계방송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시구장면 중계를 위한 정규뉴스 시간을 단축했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나중에 노조가 문제삼아 알았는데 물어보니 사장도 모른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선거 출마 공언과 관련, "'큰일 할 수 있는 매체로 회사를 육성하다가 때가 되면 떠나겠다'고 말하니 출마 여부를 재차 묻길래 'iTV 떠나게 되면 시장 선거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한 게 와전된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사 대표로서 여러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다른 방송사 사장들도 신년사나 연말대상 등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또 "방송도 잘 모르기 때문에 간섭할 수도 없고, 장악할 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로 공영적 민영방송 모델을 주창하는 노조 요구와 대주주 이해가 맞닥뜨린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방송정책 입안자들이 iTV를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도의 일환으로 공영적 민영방송 모델이 나왔다"고 전제한 뒤 "사장공모제나 국장추천제 등은 가능하지만 대주주 일부 지분을 비영리재단에 출자하는 문제는 주주들이 이해관계를 따져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iTV가 수도권 방송 보장 등 전망이 확실해야 투자하지 막연한 기대 아래 지분을 내달라고 하면 누가 출자하겠는가"고 묻고 "연간 평균 50∼60억원씩 적자를 내며 7년간 경영악화로 피폐해진 iTV를 내가 회장으로 와서 지난해 20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독립도 좋지만 은행에서 iTV 앞으로 돈 한푼 대출해주지 않는다, 회사가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노후시설 교체와 방송 디지털화, 인적자원 강화 등에 최소한 500억원 정도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임금동결과 퇴직충당금 출자전환 등 사원들이 1년만 참아주면 좋겠는데 노조가 경영진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거듭 노조의 불신풍조에 목소리를 높이며 "iTV는 노영방송이다, MBC보다 더 심하다"고 비유했다. 그는 "노조의 점거로 인천 본사 회장 사무실에 못간 지 2주일이 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iTV 사태의 핵심은 문건 폭로가 아닌데 노조가 계속 허위, 날조된 주장을 한다"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민경희 MO&DO 사장의 진술서에 대해서는 "30일 기자들이 물어보고 해서 주변에 알아봐 민 사장과 처음 통화했고, 사실 여부를 설명하기 위해 경위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민 사장이 31일 오전 경위서를 써서 직접 서울 사무실로 왔고 아는 변호사와 함께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 사장은 "박 회장과 통화한 적이 전혀 없다, 당일 iTV측에서 전화가 와서 오전 10시30분쯤 시청 앞에서 관계자를 만나 진술서를 전달했다"고 상반된 답변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모습을 보인 민 사장은 "지난해 6월 자사의 영업사원 유호씨로부터 제안서 작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iTV 일을 따겠다는 욕심으로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경 유호씨에게 제안서를 전달한 뒤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으며 10월께부터 유호씨는 사직해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민 사장은 설명했다.
이어 민 사장은 박 회장과 일면식도 없음을 밝히면서 시종일관 "판매를 위해 제안서를 만들었고 박 회장 의사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 신미희 기자 | | | | |
덧붙이는 글 | 다음은 민경희 MO&DO 사장이 31일자로 작성한 진술서 원문이다.
진술서
민경희 (6802××-×××××××)
인천시 부평구 부개1동 ×××-××
상기 본인은 iTV 박상은 회장 관련 본인이 작성한 2003.8 자 'Successful Imge up Plan for "PSE"-Personal Identity Program'(이하 제안서라 한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진술합니다.
- 아 래 -
1. 상기 본인은 (주)모앤모 대표이사 사장입니다.
2. 본인은 2003. 6 경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유호씨로부터 iTV 박상은 회장이 인천시장 출마시 선거캠프에서 일을 하였다면서 위 제안서를 만들어주면 박회장으로부터 수주를 해오겠다고 하여, 반신반의하면서 욕심도 나고 회사로서 손해날게 없다는 생각에서 유호씨로부터 기초 정보를 얻어 제가 2003. 8 초순경에 위 제안서를 작성하였습니다.
3. 위 제안서를 본인은 2003. 8. 중순경에 유호씨에게 전달하였으나, 그 이후 아무런 보고를 받은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호씨는 그 이후 출근회수가 줄어들더니 2003. 10. 경에 본인 회사에서 사직하였습니다.
4. 본인은 현재까지 박상은 회장을 만난 사실이 없습니다. 물론 위 제안서를 박상은 회장이 받압보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2004. 1. 30 경 신문사에서 전화가 와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설명하고, 유호씨에게 연락을 취하였으나 오늘까지 연락이 안되어 답답할 뿐입니다.
5. 위 제안서는 본인이, Sale(판매)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박상은 회장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2004. 1. 31
위 진술인 민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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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신고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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