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다이어트? 난 살찌고 싶다!

멸치, 무말랭이...살 안쪄서 고민인 사람도 있습니다

등록 2004.02.04 18:38수정 2004.02.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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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때 제 별명이었던 깡마른 졸라맨입니다.

한때 제 별명이었던 깡마른 졸라맨입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저의 몸무게는 56kg. 대학 1년때 연극한답시고 잠도 잠 안 자고, 밥 대신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워 57kg까지 살이 빠진 적이 있었지만, 전 그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고 말았습니다.


정말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끼니 때마다 삽겹살에 장조림, 잠도 많이 잔 탓에 현재는 58kg까지 올려 그 신세를 모면했지만, 여전히 171cm의 키에 전 마른 체형입니다.

며칠 전 TV 모 건강프로그램에서 몸짱 아줌마가 출연했습니다. 한때는 뚱뚱한 몸매였는데, 강인한 정신력으로 부단히 운동하고 노력한 탓에 40살이 다 되가는 나이에 환상적인(?) 몸매를 유지하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사회에서 다이어트다 몸짱이다 약간은 마른 체형이 각광을 받는 이 시대에 솔직히 저는 몸짱 아줌마의 '뚱뚱이 아줌마' 시절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고3 때와 군대 있을 때는 70kg에 가까운 체중으로, 비교적 평균을 웃도는 든든하고 건강한 몸을 가졌지요. 거기다 군대에 있을 때, 아침 구보와 운동도 많이 해서 일도 잘하고, 힘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 시절 때처럼 밥을 잘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잠도 잘 못 자는 것도 아닌데, 저의 체중은 60kg를 넘지 못하고 57kg를 기준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어쩔 땐 큰 맘 먹고, 네 끼 식사에, 치킨에, 피자에, 살찐다는 음식을 먹고 시시 때때 군것질까지 별의 별 노력을 다했는데도 안됩니다. 더군다나, 날씬하고 약간은 마른 체형이 환영받는 이 시대에 '난 살이 안 쪄서 고민이야'라고 하소연하다가 복에 겨운 고민한다고 찬밥신세 되기 일쑤입니다.

저의 대학시절 별명은 멸치와 '무말랭이'. 저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선배와 후배와 함께 일명 '며루치 3인방'이었습니다. 그 중 후배는 평균 몸무게로 보기도 좋았는데, 키가 유난히 커서 말라보였죠. 그 탓에 저의 멸치팀에 소속되게 되었습니다.


마르면 좋다, 늘씬해서 좋다 하지만, 저같이 마른 체형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거쳐 온 별명도 고민입니다. 이쑤시개, 해골바가지, 말라깽이, 뼈다귀, 졸라맨, E.T, 코메디언 배영만까지….

이렇게 마른 저에게 주변에선 다이어트 안 해서 좋겠다, 말라서 좋겠다 하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하지만, 사실 속내는 그렇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헌혈하는 날 마른 체중으로 피가 잘 안 나와 헌혈도 못하고, 계절이 바뀌어 새 옷이라도 사러가게 되면 맘에 드는 옷인데도, 주먹이 하나 넘게 남아버리는 허리 치수에 옷 하나 고르기가 힘들고, 줄다리기 같은 힘쓰는 운동에는 매번 주전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얼굴 살이 없어서 뭘 해도 없어 보이고, 약해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듯해 매사 불만입니다.


주위 친구들은 말라서 엘리베이터 탈 때, 좁은 틈을 지나갈 수 있을 때, 굳이 다이어트 안해도 되니까 좋겠다 하지만, 좀 남자답게 사나이답게 덩치도 좀 있고, 몸무게에 실린 힘도 갖고 싶답니다.

태권도에, 헬스에, 보충제까지 해 봤지만, 다 헛수고입니다. 군 시절 이후, 체질인지 예민한 성격 탓인지, 스트레스 탓인지 도대체 몸에 균형만 잡혔지 살은 더욱 빠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이 찔 수 있을까 고민이지만, 이 방법 없는 고민 때문에 더 살이 빠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속 편하게 마음먹고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이상 살이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사회에서의 눈초리가 여기서 더 이상 얼마나 살을 빼야 하는지, 아님 얼마나 살이 쪄야 하는지 그들이 요구하는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외모로 고민하는 것은 서로 같은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이 큰 위로가 되고, 한번 정도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자신의 컴플렉스을 이기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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