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를 얇게, 종이보다 약간 두껍게 썰어야 합니다.김규환
설을 쇠고 난 뒤끝은 개운치가 않다. 군대 갔다가 휴가 나온 장병이 갑자기 고단백 음식을 먹다보면 설사로 이어지듯 명절 때 꾸역꾸역 고기에 기름진 전을 욕심부려 먹으면 잘해야 본전, 아니면 며칠간 뒷간 신세 면키 힘들게 된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던가.
간혹 소금 덩어리 한 줌 먹어서 속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쉬 가라앉을 리 없다. 그렇다고 양반이나 집안 어른도 아닌 터에 혼자만 된장국이나 김칫국을 따로 끓여 달랄 수도 없다. 늘 기다려지는 게 명절이었지만 마무리는 어딘가 다시 갔다와야 하는 것처럼 서운하고 께름직한 게 사실이다.
그뿐이던가. 며칠이고 남은 음식 먹어 치우느라 물리고, 매 끼니 그 나물에 그 반찬이니 질리고 만다. 이골이 날 지경에 이른다. 안 그래도 푸성귀도 묵은 것뿐이니 비타민과 무기질 필요량은 절대 빈곤 상태에 처하고 만다.
이때 찾기 시작하는 것이 꼬들꼬들 말라 비틀어져 가는 콩떡, 인절미, 가래떡인데 불에 구워 조청이나 찍어 먹는 게 우리집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쉬어빠져가는 김치에 먹는 밥인지라 입맛을 되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