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김종규씨가 이동목욕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김범태
충남 공주시 외곽에 살고 있는 진순일(가명, 68) 할아버지. 3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진 할아버지는 방 안에 누워 할머니와 함께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 출가한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살고 있어 변변하게 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매주 토요일 오후가 기다려진다. 바로 건강도우미들이 찾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진 할아버지 부부는 이들에게서 일주일 분량의 밑반찬과 목욕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물론 무료다.
공주시 교동에 사는 홍미진(가명, 70) 할머니는 며칠 전 생일이었지만 돌봐주는 이도, 찾아주는 이도 없이 홀로 지내야 했다. 이렇게 외롭게 생일을 보낸 것이 벌써 몇 년째다. 하지만 올해는 건강도우미들의 방문으로 축하 케이크와 따끈한 미역국이 담긴 정겨운 생일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손자뻘 되는 꼬마들이 직접 생일축가를 불러주어 잠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홍 할머니는 이들에게서 도시락 봉사와 이·미용 서비스를 수시로 받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과학기술과 의술, 국민 보건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우리 사회 노인인구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들에 대한 복지문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독거노인과 지체장애우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 각종 궂은일을 도맡아 봉사하고 있는 공주시 건강도우미(대장 서동경) 회원들.
이들은 공주시에 살고 있는 노인 및 지체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건강을 증진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3월 발족한 순수 민간봉사단체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면 삼삼오오 모여든 40여명의 봉사대원들은 각기 맡은 파트별 업무를 분담하고, 정해진 동선에 따라 활동에 들어간다.
말쑥하게 단복을 차려입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빙판길을 걸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엄마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생부터 5-60대 장년층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현재 공주시내 40여 가구의 수급대상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대원들의 헌신적인 손길을 통해 약 500명의 이웃들이 도움을 받았다. 이 중에는 두세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받는 수혜자도 많다.
공주시 건강도우미가 펼치고 있는 봉사사업은 지체부자유자 이동목욕사업, 이·미용사업, 무의탁노인 밑반찬제공 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6개 분야의 10개 세부활동. 이외 독거노인들의 집안청소 및 말동무, 운동 등을 돕는 방문간호사업과 금연교육사업 및 캠페인, 교도소 정신교육, 각종 성인병 세미나 등 보건교육사업도 병행된다. 올해부터는 원어민 외국인 강사를 초청, 어린이 방과 후 영어교실도 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1999년부터 학생 흡연예방교육 및 금연학교, 성인병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세미나 등 일반 시민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적극적 건강행위를 실천하도록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오기도 했다.
신체적 청결과 주변환경 개선을 통한 이들의 이러한 활동은 장기 와병 환자 등 대부분의 수혜자들이 욕창이나 세균감염 등 합병증을 예방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가족의 부양부담감을 감소시켜주고 있다. 또 소외계층 이웃들이 사회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게 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