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입춘(立春)이 지났습니다. 점심밥을 먹고 나면 춘곤증으로 온 몸이 나른해 집니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맘 때가 되면 병아리 장사가 자주 다닙니다. 집집마다 많이 산 집은 3-40마리를 사고, 적게 산 집은 열 마리 정도 다 샀습니다.
병아리를 키워서 알을 빼먹으려고 산 집은 몇 집 안 되고, 여름철 복날 잡아먹으려고 샀을 겁니다. 닭 사료와 쌀겨를 반반 섞어 먹이면 잘 자랍니다. 다 자란 놈을 황계나 인삼을 넣고 푹 고아 먹으면 국물도 시원하고 고기 맛도 좋습니다. 병아리 장사들이 묵은 닭하고도 바꿔주는 모양입니다.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부흥강사들이 오래된 신자들을 곧잘‘묵은 닭’에 비유합니다. 만약 내가 우리교회에 오래 믿은 교우들을 묵은 닭이라고 한다던지, 묵은 닭은 질겨서 먹지도 못한다고 그랬다면 그날로 나는 당장에 쫓겨날지 모릅니다.
그런데 부흥강사들이 그러면 좋다고, 재밌다고 웃습니다. 부흥강사가 얘기하면 재밌고, 담임목사가 얘기하면 기분 나쁜 것인지요? 담임목사는 계속 머무를 사람이고 부흥강사는 부흥회만 끝나면 곧 떠날 사람이니 그렇다는 것은 설명이 좀 궁색한 것 아닙니까?
묵은 닭 얘기가 나왔으니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아내와 신혼 초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강원도 정선 덕송교회에서 첫 목회가 시작되었는데, 주택이 일자집인데 방 한 칸이 서재이고 가운데가 부엌, 또 방 한 칸이 안방 그렇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방이 얼마나 코딱지 만한지 잠잘 때 발을 쭉 펴고 잘 수가 없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그러니 대각선 방향으로 자는데 나도 불편하고, 아내도 불편하고 그래서 안방을 좀 넓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개집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내가 무슨 수로 지붕을 들어내고 서까래를 잇대고 구들을 다시 놓고 방을 넓히는 공사를 하겠습니까? 엄두가 안 났습니다. 돈도 넉넉하지 않고, 마침 교회에 나오시는 유○○ 집사 남편이 동네 목수인데 찾아가서 정중히 부탁을 했습니다. 얼마나 무뚝뚝하던지 ‘좋다, 싫다’ 도통 대답이 없습니다. 며칠 지나자 유 집사로부터 기별이 왔는데 도와주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