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조수진 기자김태형
"기자들 사이에는 ‘2실 기자’라는 자조가 나온다. 기자실과 화장실밖에 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공개브리핑 제도를 실시한 다음 처음에는 ‘몰라요 대변인’, 지금은 ‘그게 아니고요 대변인’이라고 한다. 투명하게 정보공개가 안 되는 상황에서 대면접촉을 막는 것은 언론에 대한 현 정부의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자 통화내역조회 논란의 당사자인 <국민일보> 조수진 기자가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기자는 10일 오후 2시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 주최 토론회에서 “기자통화내역 조회에 대한 정부당국의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조 기자는 “문제가 된 1월 6일자 기사가 나간 후 한 외교부 간부는 욕설이 오갈 정도로 강하게 취재원 공개를 요구했다”며 “당시 외교부 내에서는 조수진을 아는 것 자체가 범죄인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기자는 “대면접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취재수단은) 전화밖에 없는데 정부가 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다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기자의 취재접근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기자는 “(이 사건을 대하는) 지금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이 사안이 단순히 한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상시적으로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게 가능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왜 단일취재원만 인용케 하나”
‘정부의 기자통화내역 조화와 언론자유’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기자통화내역조회’로 비롯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체계의 문제와 취재·보도 자유의 제한 문제가 집중 성토됐다.
김구철 KBS 보도국 기자는 “이번 사안을 처음 접하고 마치 군사기밀보호법이 있었던 5공 시절이나 긴급조치 9호가 있었던 유신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무원 위주의 비밀 분류 체계 자체를 문제 삼고 싶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비밀로 분류했는지, 적법하더라도 진정 비밀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일정한 시점 이후에 과연 비밀로 분류될 가치가 있었는지를 평가해서 비밀을 과잉 분류한 사람이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기자는 “대변인의 입만으로 유일한 취재원을 삼게 하는 것은 언론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국가 기관의 공식 발표라 하더라도 사실과 다를 수 있는데 현 정부는 왜 단일취재원만을 인용해서 보도하게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토론에 참석한 이석연 변호사와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개혁특위 위원장은 “기자통화내역 조회에 대해 정부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전제한 후 “백번 양보해 정부 행위가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