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혼의 아리아

엘리제를 위하여

등록 2004.02.12 00:36수정 2004.02.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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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오늘 니가 와 얼어 버린 국화를 안고
눈물을 흘려주지만 넌 이미 늦어 버린 사랑
니가 올 수 없는 곳에 난 이미 와 있어
미안한 마음 전해 봐도 내 말을 듣지 못해



김경호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는 시점이 독특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관점이 아닌 죽어 무덤에 누워있는 사람(?)이 화자로 되어있는 것이다.

부산 영락공원묘지 전경
부산 영락공원묘지 전경홍지수
사연 많은 한 생을 마감하고 영면에 든 곳이 바로 무덤이기 때문에 보통 공원묘지라고 하면 산자가 아닌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찌 보면 무덤은 죽은자가 아닌 산자를 위한 공간일 수도 있다. 저마다의 가슴에 뿌려진 망자에 대한 기억을 손 끝으로 더듬을 수 있는 곳이 무덤이기 때문이다.

영락공원 입구에 서 있는 장승.
영락공원 입구에 서 있는 장승.홍지수
그렇게 생각하면 묘비는 일종의 이정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을 가슴 속에만 묻어두기에는 너무나 간절하여, 작은 땅 한 켠에나마 묘를 만들어 놓고, 이 땅 어딘가에 아직 그가 남아있다는 위안을 삼고싶은 상징물은 아닐런지.그리하여 수 없이 많은 그리움과 추억들 사이에 놓여진 자신의 가슴 한 켠을 찾아가려는 이정표와도 같은 것.

홍지수
생전에 당당하고 위엄 있고, 또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던 사람들도,이렇게 보면 한낱 한 줌 재일 뿐인데,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거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화가날 뿐이다.

오늘도 또 한 생명이 스러져간다. 육신은 흩어져 바람에 묻히고 고인에 대한 기억만이 여기 어딘가에 추억처럼 남겨질 것이다.


영락공원묘지 안에 있는 납골시설
영락공원묘지 안에 있는 납골시설홍지수

누군가의 묘비 앞에 놓여진 소주와 새우깡.
누군가의 묘비 앞에 놓여진 소주와 새우깡.홍지수

삶과 죽음의 공간은 그다지 멀지 않다.묘비 너머로 보이는 마을.
삶과 죽음의 공간은 그다지 멀지 않다.묘비 너머로 보이는 마을.홍지수

일본에서 취객을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의 묘.
일본에서 취객을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의 묘.홍지수

무덤 위에 내려 앉은 까치. 어느 영혼의 현신일까.
무덤 위에 내려 앉은 까치. 어느 영혼의 현신일까.홍지수

납골 공원 안에 전시된 납골함 견본.
납골 공원 안에 전시된 납골함 견본.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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