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정체, 변동차선으로 해결하자

[제안] 말레이시아에서 본 고속도로 변동차선제

등록 2004.02.14 00:01수정 2004.02.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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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귀성 때는 기상대가 생긴 후 처음 있는 혹한에다 눈까지 내려 최악의 귀성전쟁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이런 일들에 이미 익숙해졌는지 별로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설뿐만 아니라 지난 추석에도 그랬고 이번 여름 여름 휴가철 피서지로 향하는 도로에서 또 경험할 일이니 마음의 각오를 하고 떠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지난 설에는 설 이틀 전 첫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에 고향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TV를 통해 전해지는 귀성길 뉴스를 접하니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전국의 주요한 국도나 고속도로는 전부 다녀 본 것 같은데, 여행을 즐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음에도 이렇게 많이 다니게 된 것은 순전히 명절 귀성길 때문이었다.

담요 깔고 밤새워 기차표를 예매할 성의도 또 시간적 여유도 없으니 명절이 되면 지도를 펴놓고 이번에는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연구를 하고 길을 떠나기를 십년 이상 반복하니 자동적으로 전국의 길을 꿰뚫게 되었던 것이다.

하행선은 주차장, 상행선은 고속도로

귀성길 꽉 막힌 하행선 길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텅 빈 상행선으로 신나게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주행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말이다.


이번 연휴기간에는 혹한에 눈까지 내려 서울서 부산까지는 14시간, 목포까지 18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뉴스에서는 말하고 있었지만 경험상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길에 깔고 고향에 도착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집에서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해 보니 고속도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한 사고를 제외하면 극심한 정체가 발생되는 구간은 정해져 있고 매번 반복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개선의 실마리가 있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전문지식이 없는지라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

고속도로 변동차선을 적용하는 말레이시아

한가한 고속도로 반대 차선으로 정체차량을 분산시켜 주행하고 있다
한가한 고속도로 반대 차선으로 정체차량을 분산시켜 주행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은 설날 며칠 후 말레이시아 출장길이었다. 2월 1일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명절이라 할 수 있는 '하리라야 쿠르반'이었다. 이 날이 되면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고향으로 떠나기 때문에 심한 도로 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이 와중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도인 콸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3차선 고속도로에서 2차선으로 줄어드는 구간에서 잠시 정체가 생기는 것 같더니 다시 정상흐름으로 바뀌는 것이 신기하여 창 밖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2차선의 한가한 건너편 상행선 한 차선으로 하행선 차들이 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참을 달리다 정체가 풀리는 어느 지점에 가니 상행선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다시 원래의 차선으로 복귀하여 달리고 있었다.

차량소통이 원활하도록 야간에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차량소통이 원활하도록 야간에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너무나 참신한 생각 같아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고가도로 위에서 모니터를 설치하고 상황을 살피다 정체가 일어나면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분리하고 비상 차량이 정체가 발생된 일정구간에 도로 차단 경보판을 설치한 다음 경찰은 밀리는 하행선 차선의 차량을 반대편 상행선으로 유도하여 국도처럼 주행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이것은 올라 올 때도 방향만 다를 뿐이지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설날이 되면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약 1주 전부터 설문조사에 의하면 언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귀성길에 오를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어느 구간은 진입구간을 폐쇄한다는 등의 정보를 알려 주지만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개선이 되었다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나 화물차 진입금지, 버스 전용차선을 만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한쪽의 권리를 포기하게 하여 불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을 권장해야 하는 입장에서 화물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을 인정하지만 고객의 납기를 맞추어야 하는 수출업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타당한 대책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그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타성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새로운 발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일까지 하게 되면 도로공사의 직원들이나 경찰관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겠지만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에너지 낭비도 막게 될 테니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일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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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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