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들이 SBS의 '소유-경영 분리' 선언에 대해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즉 SBS의 새로운 경영모델 도입 의지는 적극 환영했지만, 실천적인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이 '방송 세습'을 향한 비판여론을 무마하려는 언론홍보용이자 윤석민씨를 새 회장으로 세우기 위한 사적포석일 수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기도 하다.
SBS노조 "현실화 여부 예의주시하겠다"
대주주 2세인 윤석민 SBSi 대표의 본사 재진입을 반대하는 투쟁을 수년간 벌여온 SBS노동조합(위원장 민성기)은 20일 성명을 통해 '선언의 현실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먼저 "경영권 세습에 대한 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번 선언을 평가한 뒤 "그러나 창업주의 개인적 결단이기에 앞서 노조가 벌여온 경영권 세습반대 투쟁의 중요한 성과물"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따라서 노조는 "어렵게 쟁취한 투쟁의 성과물이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발전될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비판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정치권력과 자본, 광고주로부터의 방송의 독립성 제고'를 선언한 대목과 관련, "부당한 안팎의 압력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를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거듭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한 노조는 "대안마련을 위해 곧 회사측과 단체교섭에 들어가겠다"면서 "이번 선언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부릅뜬 눈으로 예의주시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민언련 :윤석민씨 거취에 주목한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19일 '윤 회장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우선 "윤 회장의 긍정적인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민언련은 이번 선언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한 세 가지 전제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로 민언련은 SBS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이자 '세습경영'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윤석민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어 민언련은 "소유-분리 경영 선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윤 대표의 SBS 상무급 운영위원직 사퇴가 전제돼야 한다"며 윤 대표의 거취문제를 거론했다. 또 "'소유-경영 분리모델'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학계, 시민단체 등의 입장을 수렴해줄 것"을 SBS에 요구했다.
민언련은 "SBS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소유-경영 분리정신을 실천적으로 증명해주길 바란다"면서 "민영방송 초유의 이번 모델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노조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이번 선언에 대해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홍보용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언론노조는 20일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윤석민 대표 및 윤세영 회장의 거취를 언급하지 않은 채 이뤄진 '소유-경영 분리선언'은 여론의 지탄을 피하고, 윤 대표를 새 회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언론노조는 무엇보다 방송의 족벌세습은 어떠한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언론노조는 "국민의 재산인 방송전파를 위탁받아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이익이 윤세영 회장 일가의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익과 지위, 사회적 영향력을 독식하고 대물림하는 게 과연 올바른가"라고 되물었다.
언론노조는 "윤 회장이 진심으로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자 한다면, 윤세영 회장 스스로 회장 자리를 내놓거나 '편법세습'으로 사실상 SBS의 '2인자'가 된 윤석민씨가 대주주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세영 SBS 회장은 어제(19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소유-경영의 분리'를 선언하고 "앞으로 대주주는 관련 법규가 부여한 권한에 따른 역할을 하고, 방송전문인 출신 가운데 대표이사 사장을 선출하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SBS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했으며 당일 오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한 윤세영 회장의 뜻을 확인하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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