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논설위원, 금배지 향한 '3일간의 꿈'

특정당 공천으로 사표냈다가 번복... 언론인 윤리 문제 제기

등록 2004.02.23 12:22수정 2004.02.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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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우 논설위원이 실명으로 쓴 마지막 칼럼. 지난 10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다.
김두우 논설위원이 실명으로 쓴 마지막 칼럼. 지난 10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다.중앙일보 PDF
특정 정당의 공천에 올랐던 신문사 정치부장 출신의 현직 논설위원이 공천과 관련, 신문사에 사표를 냈다가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져 언론인의 윤리문제와 함께 관련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문제의 인물은 김두우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 위원은 한나라당 공천 추천에 오르자 선거출마 예정자의 공직사퇴 시한인 지난 1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18일 회사 복귀를 희망했고, 회사는 사표를 반려해 김 위원은 현재 중앙일보에 근무 중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앙일보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선기자들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노조가 입장 표명을 준비중이다.

또 시민·언론단체 등에서도 "이번 사태는 전체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안과 관련, 중앙일보 노동조합(위원장 김종윤)은 "공식적인 입장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2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선기자들의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며 "현재 논의 중이니 다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기자들의 분위기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현직 논설위원으로 정치 칼럼과 논설을 쓰면서 특정 정당의 공천대상에 올랐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뒤 "본인이 신청했든, 정치권에서 먼저 추천을 했든 본인이 마음을 먹고 사표를 냈으면 그걸로 끝나야지 다시 돌아온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김 위원의 복귀를 용인하는 사내 고위간부들의 태도와 사내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비록 사표가 실무부서에서까지 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도 일단 한번 낸 사표를 다시 받아들이고, 또 해당자를 구제하기 위해 징계위원회까지 여는 것은 특정 라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파벌주의'로밖에 더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창극 논설주간 "복귀 가능하다"

김두우 논설위원은
정치부장 출신..정치칼럼 전문

김두우 논설위원은 57년 경북 구미에서 출생했다.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나와 83년 중앙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외신부와 사회부, 정치부를 거쳤으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정치부장을 역임했다.

2003년 5월부터 논설위원을 맡고 있으며 최근까지 <아하! 김두우가 본 정치세상>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써왔다. / 신미희 기자
한편 김두우 논설위원은 이와 관련, 회사측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23일 낮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에서 (복귀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회사의 최종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스스로 회사측에 징계를 자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어찌됐든 신문사를 떠날 입장을 표명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은 신문사 질서를 어지럽힌 것으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공천 여부에 대해 김 위원은 본인이 신청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공천을 신청한 적은 더욱 없다"면서 "한나라당에서 그런 제의가 왔길래 시한이 돼서 '검토를 하긴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회사에도 사표를 내고 '시간을 달라고'고 했다가 안되겠다고 판단해서 이틀 뒤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회사에 묻고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쪽(한나라당)에서 검토 대상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천거된 것"이라며 이번 공천건은 스스로 신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논설위원실의 1차 인사권자인 문창극 중앙일보 논설주간은 "복귀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문 주간은 23일 낮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왔다갔다 했으니까 책임을 물어야 돼서 오늘 징계위원회를 연다"며 "타천으로 (공천에) 거론됐더라도 언론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심의를 할 것"이라고 말해 김 위원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문 주간은 이번 사안을 취재하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회사 내부의 문제이니까 관심 갖지 말라, 안방 문제인데 오마이뉴스가 왜 취재하려고 하느냐"고 묻고는 "우리 독자는 우리가 책임지니까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 독자나 책임져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민단체 "언론인 자긍심을 두 번 죽이는 일"

이번 사안과 관련, 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비상식적인 일' '도덕성의 문제'로 규정하고는 중앙일보가 표방한 개혁적 이미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이번 일을 '비상식적인 일'로 규정했다. 그는 "정황을 들어보면 김 논설위원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에서 사표를 쓰고, 또 그런 과정에서 칼럼을 계속 썼다는 얘기인데 이는 기자 개인의 도덕성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앙일보의 개혁적 이미지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계에서는 '조중동'에서 중앙일보를 분리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중앙일보 차별화'론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같은 행태가 용인되는 분위기라면 어떻게 '개혁'을 얘기할 수 있는가"라며 "중앙일보는 아직 '개혁이 멀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평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의 비판은 더 매섭다. 최 총장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언론인의 자긍심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최 총장은 이어 "이번 경우는 중앙일보 개별사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인 전체의 기본적인 도덕성의 문제"라며 "중앙일보는 부끄러운 일 자체를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최 총장은 "언론인의 정계진출과 관련해 언론계 내부에서 합의할 만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이같은 사태에 직면했을 때 그 징계 및 처리가 명확해질 것"이라며 "언론계 차원에서 적절한 제도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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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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