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영
쥐 다니는 길목에 밤송이를 놓으면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쥐구멍에 돌이나 나무토막을 박아 놓아 보았지만 그 옆댕이에 구멍을 파고 나와 소용이 없었는데 밤송이를 쑤셔 넣었더니 적어도 그 쥐구멍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더군요. 헐린 시골집 천장에서 밤송이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놈들이 밤송이를 갉아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주둥이로 물거나 발로 끄집어내서 딴 데로 옮겨놓을 수 있겠습니까?
쥐 퇴치에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밤송이라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고양이였습니다. 쥐 사냥에 나설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고양이 만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난 늦가을, 이웃집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왔습니다. 녀석의 첫 인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만화영화 ‘마징가 Z’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처럼 얼굴 면이 서로 다르게 생겼습니다. 한쪽 얼굴면 눈가에 검은 반점이 있어 성깔깨나 있어 보였습니다. 지금은 정이 들어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야밤에 보면 ‘에드가 알렌 포우’의 공포 소설 <검은 고양이>를 연상케 합니다.
녀석은 새벽 산행 길에도 곧잘 따라오곤 합니다. 본래 고양이라는 놈은 사람을 잘 따라 다니지 않는 습성이 있다는데 ‘야옹이’는 사푼사푼 잘도 따라옵니다. 강아지처럼 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같이 새벽 산행을 나서는데, 갈 시간이 되면 신발 신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그 ‘야옹이’가 쥐새끼를 잡기 시작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동안 쥐새끼들처럼 부뚜막 오르는 일은 다반사고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반찬에 입을 대곤 했습니다. 쥐를 잡지 못하면 쫓아내려고 했는데 보란듯이 쥐를 잡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쥐 못 잡고 밥만 축내고 부뚜막에 올라서 말썽이나 피우는 애완 고양이는 사절입니다. 사람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 했는데 고양이가 놀고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쥐를 잡는 날이면 ‘야옹이’ 녀석은 우리 식구들 앞에서 한바탕 ‘쥐잡이 쇼’를 벌입니다. 이리저리 굴려보고 앞발로 축구공 드리블하듯 툭툭 치며 몰고 다녀보기도 하고 물어서 휙 던져보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지, 주인 얼굴도 한번 슬쩍 쳐다 봅니다.
잔혹한 놀이지만 나름대로 주인에게 잘 보이겠다고 하는 짓이 아닙니까. 보기에 좀 ‘거시기’ 하지만 사람들 역시 설령 채식주의자라 할지라도 그 어떤 것을 죽여서 배 채우고 살아가듯이 녀석도 먹고 살겠다고 쥐 잡아 배 채우겠다는 것이니 그리 징그러워 할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잠시잠깐 사랑방 문이라도 열어 놓으면 아랫목 식지 말라고 덮어놓은 이불에 도장 찍듯 흙 발자국 찍어놓고, 잡겠다는 쥐새끼는 안 잡고 부엌 살강 위를 오락가락하며 온갖 그릇에 발자국이며 털 흔적을 남겨 놓기 일쑤이고, 구운 생선에 입댄 거 등등 수없이 자행했던 못된 짓거리들이 용서가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