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5번 받아서 반드시 국회의원 될 것"

[인터뷰] 민노당 비례대표 경선 나선 대학생 이주희씨

등록 2004.02.27 00:21수정 2004.03.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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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들썩거린다.
'여의도에 여성정치의 치맛바람이 분다'는 문구도 그럴 듯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치르는 후보 경선이 화제다. 다선 현역 정치인이 탈락하는가 하면 여성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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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희

민주노동당(민노당)의 경선 바람에는 또 다른 '봄기운'이 풍긴다. 새로운 바람의 주인공은 이주희(27)씨.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이씨가 민노당 비례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6일 오후 2시. 안암동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이주희씨는 다른 인터뷰를 끝내고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지난 23일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한 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젊은 게 좋잖아요, 저 체력도 좋거든요"라며 열심히 이야기한다.

이씨의 꿈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에 자신이 잘 쓰이는 것'. 그래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사회를 '지역구'삼아 현실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부모님은 물가에 내놓은 애라고 걱정하시고, 스스로도 많이 부족한 것을 알지만 이씨는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기에 직접 나섰다고 한다. "변화하고 있고, 더 변해야 할 한국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젊은층"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씨는 시종 씩씩하다.

대학사회와 교육환경 개선, 취업문제 해결 등 현재의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관계, 통일처럼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까지 이씨가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다. 하지만 이씨는 조급해하지 않을 줄도 안다.


"중요한 건 지향과 전망이죠.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방향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가야죠."

민노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을 위한 투표는 3월 9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과 우편, 지구당 투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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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희

- 학생운동에서 현실정치로 뛰어들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주위의 제안을 받았을 땐 많이 망설였다. 학생운동을 오래 했고 노동운동이나 사회현실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보니 현실정치에 대해 환멸을 갖게 됐다. 얼마 전 FTA나 파병문제가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국회 앞에 있던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저 안에서 망치로 땅땅 치니까 끝나지 않았나. 실질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저곳(국회)에 들어가는 것이다 라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

- 대학생활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진 것을 사회로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학교 때 꿈이 대통령이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은데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이 대통령이 되는 거였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현실에 대해 배우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정치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직접 보고 배우고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반장이나 학생회장을 계속해왔다. 학생회로 점철된 학창시절이었다. 대학에선 과학생회장까지 했는데 2000년엔 부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을 했다. 처음 낙선 경험이었지만 우리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후회나 실망은 없었다."

- 비례대표에서 홀수에 할당된 여성후보가 아니라 일반후보에 지원했다는데.
"오보다. 여성후보에 지원했고 5번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대학생 5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주로 어떤 내용인가.
"비리부실 재단에 대한 국정조사,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사립학교법 정비 등의 교육현실 개선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보호와 고용안정, 단기수익성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 등을 통한 취업문제 해결, 세 번째로 선거권·피선거권 연령제한 낮추기 등을 통한 청년세대의 정치참여 활성화, 네 번째가 미군기지 반환, 파병재검토 등으로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 마지막으로 남북 대학생 교류 활성화, 국가보안법 철폐를 통한 분단냉전체제의 해소 등이다."

"'젊은이들의 탈정치화'는 기성세대의 규정"

- 선거운동 과정에서 10만 지지자 운동이나 자발적 지지자들의 참여로 이끌어가겠다고 했는데 젊은층의 정치참여현실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맹목적인 자신감만 있는 건 아니다. 과연 학생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까, 우리의 의지에 직접적인 참여로 호응을 해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탈정치화되고 있다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그것을 젊은 세대의 특징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20대의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그 제도 안의 현실적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법을 제정하면서 정치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 대화해 보면 관심이 없지 않다. 나름의 삶의 문제에 가장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젊은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대해서도 자신의 기준으로 건전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참여의 제도적 길이 열린다면, 또 직접 그것을 추동해 내려는 상징적 인물이나 집단이 있다면 충분히 모아나갈 수 있다. 이번에 비례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20대 젊은층의 정치참여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 자신을 젊은층의 대표가 아닌 '대학생 후보'로 명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출신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대학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나의 지역, 기반이 대학이다. 정치는 자신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대학생과 대학에 다니지 않는 젊은층의 목소리는 중첩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던 환경 속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 문제로 생각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현재 대학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너무 많고, 이 문제들이 사회로 영향을 미쳐 병들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부터 시작을 해보고 싶다."

-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출마한 것은 현실적인 선택인가.
"지역의 후보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온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특정 계층이나 직능을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서 함께 좋은 정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 순위 5번 자신있다"

- 주변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안다.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목표는 국회의원 당선이다. 그러려면 비례대표 5번 정도는 받아야 안정적이다. 민노당이 정당 지지율이 10%를 넘는 것은 무난하다고 본다. 5번이 원내진입을 하려면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많이 받아야 한다. 목표는 15%인데 목표달성을 해야 한다.

오히려 설레기도 한다. 5번을 받아서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대표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고 싶다. 민노당이 지향하는 진보정치의 추동세력인 젊은층을 당차원에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본다. 당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 만약 당선권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그렇더라도 나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5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주변 반응은 어떤가.
"많이 격려해 주신다. 어머님은 물가에 내놓은 애로 생각하신다. 얼마 전까지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얘기했을 때만큼이나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 현실정치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많이 격려해 주신다."

- 제 학생운동단체들과 연대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떤 점을 공유하고 있고 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아직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교육환경 개선에 관한 문제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기타 다른 내용에 있어서는 여러 통로를 통해 토론을 벌여나갈 것이다."

- 무엇이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안에서 대학생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진보정당의 근간은 일하는 사람들, 자신의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원론적으로 얘기한다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모순들은 시기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가진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그것을 현실정치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진보정당이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회변화를 추동했던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사회에 참여했을 때 그 힘을 폭발적으로 분출시켜왔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도 그랬고, 얼마 전의 촛불 집회에서는 중고생들도 함께 했다. 한국사회는 변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겪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은 바로 대학생, 젊은층이다.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던 에너지에서 확인했듯 젊은층이 현실정치를 뒤흔들어 놓을 시기가 멀지 않았다. 내가 그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층이 변화를 이끌어 낼 통로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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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희

"나는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

- 국회의원이 된다면 한국 역사상 최연소 정치인이 되는데 그 의미를 평가한다면.
"아직 많이 이르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독일의 안나 뤼어만도 여성이었다. 나보다 훨씬 어렸지만,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지금도 환경 문제와 관련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포부를 가졌으면 좋겠다. 정치가 돈 있고, 학벌 좋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가는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특정한 표상으로 이미지화 되기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정치가 특정한 사람이 멋있는 자리에 올라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최초로 실천한다는 데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 나이드신 분들은 '어린 것이…'하는 반응을 보이실 법도 한데.
"어려서 더 좋지 않은가. 정치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인데, 6,70대 분들이 대학생의 생각, 삶이나 필요를 인식하는가. 아니다. 노동자가 노동자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농민이 농민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여성들이,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집단의 문제를 고민해 왔는가, 그 속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가 중요하다. 젊고 패기있고 얼마나 좋은가."

- 자신에게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의미인가.
"여성들의 정치참여와 사회적 지위 향상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51%의 훌륭한 인재들의 역량을 제도적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민노당은 50% 여성 할당제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법제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더 나아가 고용에 있어서 군필자를 우대하는 정책들을 바꿔 여성 인력이 더 활발하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 문제들을 바꿔나가야 하는 여성인 것이 좋다. 여성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의 제도에서는 차별이나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별로 신경 안쓴다. 내가 가진 여성, 대학생, 젊다는 것, 이런 조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나 정치를 위한 요건들 아닌가. 내가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 '서울대라는 학벌을 이용한 정치입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딱 잘라 말하자면 서울대 간판을 이용해 정치할 생각 없다. 학벌 구조를 철폐하고자 국회의원 후보에 나온 것이다. 그런 비판이 있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서울대가 가지는 권력과 부의 카르텔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서울대' 세 글자만 들어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벌 구조를 철폐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는데, 국회의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큰 범위에서 얘기하자면 젊은층의 정치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선거 연령을 낮추고 국정에 참여하는 통로를 확대할 것이다. 보좌관을 두세 명이 아닌 전국의 대학생이나 단체의 대표자들 100명으로 꾸리는 것 등을 생각하고 있다. 젊은층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현실정치를 바꾸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의 문제다. 웬만한 사립대학의 비리를 합치면 지금 오가는 대선자금 수준이라고 한다. 말이 안된다.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씩 오르는 게 현실이지만 재단은 무소불위 철옹성이다. 국정조사 등으로 투명한 공개하도록 재단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경선에서 밀리더라도 앞으로 계속 현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인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사회에서 내가 잘 쓰였으면 좋겠다. 그게 꼭 의원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이상은.
"어렸을 때부터 조숙했는지 '인간은 왜 사는가'하는 질문을 머릿속에 담고 살았다. 그것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1학년 때는 전과목 F를 받기도 했다. 내 삶의 화두는 '어떻게 해야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아름답고 진실되고 참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였다.

대학에 와서 많은 공부를 하면서 그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세상에 잘 쓰이는 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에 나를 바치고 싶다. 또 사랑하면서 살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지금 하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내가 특별히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일하면서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일한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계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기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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