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한 나는 육군 명예 이등병"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명예 입대했던 박세호씨 육군 장병들에게 강연

등록 2004.02.27 12:58수정 2004.02.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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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여러분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모두 전역하지만 이 빌어먹을 장애는 몇 년이 지나야 여러분들처럼 정상의 몸으로 돌아 갈 수 있겠습니까?”

지난 2002년 2월 8일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면서도 “하루라도 좋으니 비무장지대(DMZ)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게 해 달라”고 국방부와 병무청 홈페이지에 입영 희망 민원을 내고, 그해 4월 30일 서부전선에서 그 꿈을 이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던 대한민국 육군 명예 이등병 박세호(35,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교리)씨가 이번에는 육군 제53사단 직할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어 화제다.

군복무의 당위성에 대해 장병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박씨
군복무의 당위성에 대해 장병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박씨조수일
27일(금) 오전 10시, 거동조차 힘들어 부인 이상미(40)씨와 함께 입대당시 입었던 군복을 말끔히 차려 입고 가보로 여긴다는 '02-명예00001'이 새겨진 군번줄을 목에 걸고 부대를 찾은 박씨는 강당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500여명의 장병들과 마주하고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동안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물로 먼저 자신을 소개한 박씨는 가수 유승준의 병역회피 파문이후 국방부와 병무청에 민원을 올리고, 창군 이래 최초로 장애인으로서 정식 입대한 사연과 소감을 밝히며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 장병들이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많은 청년들에게 신성한 국방의무의 소중함을 널리 알려주고 싶어 민원을 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나 같은 사람도 군대를 갔다 왔는데 군복무는 위대한 축복이자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라는 걸 믿고 젊고 건강한 여러분들은 더욱 열심히 생활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마주하고 있는 장병들이 자신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장병들의 박수를 받으며 돌아가는 '육군 명예 예비역 이등병'
장병들의 박수를 받으며 돌아가는 '육군 명예 예비역 이등병'조수일
박씨가 자신의 성장과정과 연애시절과 결혼 그리고 중증 장애를 극복하고 ‘88장애인 올림픽’ 육상종목에서 2관왕에 오르기까지의 눈물나는 역경극복의 과정을 온몸을 비틀어가며 이야기할 때는 강당을 가득 메운 장병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2년 4월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휠체어를 탄 채 군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신 할머니가 "6·25때 다쳤느냐?"고 물으며, 상이군인으로 대해 주던 일과 기차에서 어느 중령이 "왜 경례를 하니 않느냐?"고 꾸지람을 하던 웃지못할 일이 있었다고 일화를 소개해 장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단 본부근무대 채민석(21) 이병은 “박세호씨의 감동적인 장애극복과정을 듣고 건강한 몸으로 군복무하고 있는 제가 얼마나 행복한 지와 성실히 군복무하는 것이 건강하게 저를 낳아준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박씨는 장병들에게 ‘전역 후에라도 자신과 같은 장애인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남은 군생활을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이 저와 같이 군복무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장애인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부대를 찾아 “내 모습을 보고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복무하라는 말을 장병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힌 후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이날의 일정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부산 엠비시를 비롯한 부산지역 매체에서도 취재를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부산 엠비시를 비롯한 부산지역 매체에서도 취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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