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 만드는 법

등록 2004.03.01 05:40수정 2004.03.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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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좋은 아빠가 되기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저 자신도 그다지 좋은 아빠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는 것은 그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란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나 자신은 잘 하지 못하지만 남의 결점은 눈에 잘 뜨이는 법입니다. 그래서 부끄럼을 무릅쓰고 보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엄마에 대한 글들은 많지만 좋은 아빠에 대한 글들은 별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은 아빠가 좋은 엄마나 좋은 부모보다 중요성이 덜 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좋은 아빠란 어떠해야 한다'라고 규정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일단 시작해 봅시다.

좋은 아빠는 우선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아빠와 있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심리에 미치는 아빠의 영향은 굉장히 큽니다. 그러므로 아빠가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전업주부의 경우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다보면 짜증을 냈다가 야단을 쳤다가 달랬다가 하는 것들을 수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아빠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도 힘이 들 것입니다. 아빠의 기분도 좋을 때가 있고 아빠도 세상살이가 고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에게 미리 설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OO아. 오늘은 아빠가 피곤하니까 다음에 놀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때로는 아빠가 야단을 쳐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반드시 설명을 하여야 합니다. "아빠가 오늘 야단을 치는 이유는 OO이가 어떤 일을 어떻게 잘못했기 때문이다"라는 것을 반드시 밝혀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늘 한결같이 기댈 수 있는 아빠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 되기 쉽습니다.

때로는 아빠들이 너무 자상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빠가 자상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과거의 권위적인 아빠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가능하면 오랜 시간을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도 참 좋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주의해야 할 것은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정말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빠는 어디까지나 아빠로서의 영역을 지켜야 합니다. 아이가 신뢰할 수 있고 사랑하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살아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주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너무 관용적인 아빠 또한 바람직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바쁜 해외생활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는 아빠들의 마음에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싹트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들어주고, 아이들이 떼쓰는 것도 무조건 받아주는 아빠들을 많이 봅니다. 그것은 아이를 바람직하게 자라게 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제심을 형성하는데 저해가 됩니다.

반대로 너무 권위적인 아빠의 모습도 결코 좋지는 않습니다. 하루의 피곤한 일상에 지쳐서 저녁에 물먹은 스펀지 같이 무거운 몸으로 겨우 집에 들어가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빠들이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원인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게 되기 쉽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성장하여 자신도 어른이 되면 아빠의 삶을 이해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조금 더 참고 노력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아빠를 만드는 것은 한편으로는 엄마의 몫이기도 합니다. 부부간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하기란 참 힘들 것입니다. 항상 부부간에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는 서로 모르던 점들을 이해하게 하고 도와주고 참아줄 수 있도록 만드는 신비로운 힘이 있습니다.

부부간에 대화하기에 인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깥일이 힘들지만 집안에 알리기 싫다고 혼자서 참는 것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거꾸로 엄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에서 있는 힘든 일들을 아빠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해보세요.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는 가정. 그리고 가족 중 한 사람이 힘들어 할 때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가정이 가장 '바람직한 가정'입니다. 좋은 아빠는 좋은 가정이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들 모두가 아빠를 이해하고 아빠를 도와주고, 동시에 아빠도 가족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때에 진실로 훌륭한 우리들의 좋은 아빠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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