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며 손을 보고 있다.느릿느릿 박철
"작년에 컴퓨터를 포맷하고 XP를 깔고 그동안 문제없이 잘 썼는데 이제 완전 맛이 갔군요. 사진만 25기가이고 프린터 평판 스캐너 필름 스캐너 등 주변 장치 등등… 먼저 백업을 하고 다시 포맷하고 깔 생각을 하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또 주변기기가 오래된 것이라, 패치 프로그램을 자료실에서 일일이 다운받아 설치해야 합니다. 꾹 참고 느릿느릿 정신을 한번 발휘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아딧줄 컴퓨터로 쓰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니다.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혀 모르는 청년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어떻게 안 되냐고 묻습니다. 설명을 다 듣고 전화로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내일 우리집을 찾아오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소프트웨어적으로 생긴 문제이니 포맷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광명시에서 이민우(30)라는 청년이 우리집까지 찾아왔습니다. 교동이 섬지역이라 말이 그렇지 한 번 오기가 쉽지 않은데, 차를 몰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강화 창후리에서 차를 왕복으로 선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입니다.
이민우씨는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군대 갔다 와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꼬박 3시간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앉아서 컴퓨터를 정상복구 해주었습니다. 성가시고 귀찮은 일을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으니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도움을 요청하면 귀찮겠다고 했더니,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즐겁다는 것입니다.
“목사님, 다음에도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제가 시간이 되어 올 수 있으면 오겠고, 그렇지 않으면 전화나 메일로 해결책을 알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연락을 주세요.”
컴퓨터를 정상으로 복구해 놓고 이민우씨가 일어났는데 밖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이 되어 조심해서 가라고 했더니 “눈이 오니 기분이 더 좋은 데요”하면서 활짝 웃어 보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이민우씨가 떠난 다음 녹차를 한 잔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모르고도, 전혀 불편한 줄 모르고 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이는 꼼짝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인터넷에 얽매여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안 하고는 살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