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또 올게요”

말 잃은 노인들의 '마이크'가 돼주는 '탕정면 새마을부녀회'

등록 2004.03.06 21:49수정 2004.03.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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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숙 아산시 탕정면 새마을부녀회장
김점숙 아산시 탕정면 새마을부녀회장박성규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요? 음…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네요. 싫지 않기 때문이겠죠.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운동 후 개운한 몸처럼 마음이 즐겁고 편해지죠. 보람도 느끼고….”

김점숙 아산시 탕정면 새마을부녀회장(44·탕정면 매곡리) 은 봉사활동에 대한 정의나, 하는 이유에 대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어렵게 접근하면 힘들어지고, 봉사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자신이 정의 내린 개념에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그때부터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하는 습관적 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래서 김 회장은 자신과 회원들이 하는 일을 사회적 통념인 봉사활동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억지로 하는 일은 싫증과 짜증이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5일(일) 오전 10시 회원 10여명과 함께 아산시 둔포면 소재 ‘메디케어 요양원’을 찾았다. 보통 암묵적으로 정해진 수순처럼 부산을 떨기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쇠약해진 몸에 희망도 없는 자신들의 넋두리, 또는 가슴속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것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자연적으로 서먹함도 없어졌다.

김 회장과 회원들은 봉사활동을 나왔다는 거창한 허울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요양원을 찾았다. 가식적으로 대하지 않고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 하듯 대화를 하다보니 6시간여 되는 시간도 금방 지나버렸다.

그 사이 중풍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목욕도 시켜주고 청소, 빨래도 끝냈다.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함께 먹었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다보니 봉사활동을 온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친정집, 또는 시댁을 방문, 어른들과 함께 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서는 김 회장과 회원들. 떠나는 이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아쉬운 시선이 꽂힌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희들 또 올게요. 그동안 건강하셔야 돼요.”


일행들은 피곤함보다는 아쉬움을 먼저 느낀다. 오늘 가진 시간중 부족함을 느낀 것이 있었던지 ‘다음에는 더 잘해드려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후일을 기약한 일행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얻은 보람을 가슴속에 한아름 안은 채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음에서 우러나 한 일이라 그런지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김 회장과 20여명의 회원들은 수시로 관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찾으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대규모 효도잔치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인 탕정면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3월6일자 게재

덧붙이는 글 충남시사신문 3월6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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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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