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공신' 김원기 고문 어떻게 해야 좋을지"

우리당 내부에서도 견해 엇갈려

등록 2004.03.07 17:24수정 2004.03.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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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 김원기 최고상임고문

열린우리당 김원기 최고상임고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이 안희정씨로부터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아 창당자금으로 사용한 김원기 최고상임고문의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직 구체적인 불법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난여론이 비등해 질 경우 김 고문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고문의 책임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쪽은 천정배 의원. 김원기 고문과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 5일 "창당과정에서 이렇게 터무니없는 구태정치가 생기다니 정말 한탄스럽고 개탄스럽다"고 김원기 고문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따위 낡은 정치적인 방식이 실천됐고 나 자신도 그 수혜자의 일부가 됐다는 점에 부끄럽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단호하게 개혁정치에 맞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재발 방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원기 고문의 이름 석자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김원기 책임론'을 공식 제기한 것으로 당내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김 고문의 불똥이 정동영 의장에게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일찌감치 김 고문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지난 4일 밤 김원기 고문의 2억원이 불법자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을 때 열린우리당 한 고위관계자가 "정동영 의장과 관련이 없지만…"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이상수·이재정 등 열린우리당의 '창당 공신'들이 잇달아 구속되고 있는 마당에 당내 어른격인 김원기 고문마저 '팽'시킬 경우 '배신당'이라는 오명을 넘어 '배은망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당 지도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한 김 고문이 가지는 전북 지역에서의 정치적 위상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당 지도부는 김 고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고문의 혐의가 확정되고 비난의 수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질 경우 김 고문의 '결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 의장은 7일 전북도지부 기자회견에서 "(김원기 고문은) 우리당의 설립자인데 불법자금인줄 알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직접 기업에서 자금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김 고문을 변호한 것은, 혐의사실을 확정되기 전까지 공천배제 여부 등을 심각히 검토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도 '김원기 고문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에 대한 언급을 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다만 여론의 악화와 혐의사실의 확정이라는 최악의 경우에 직면할 경우 김원기 고문의 '불출마 선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동영 의장이 7일 전북도지부 기자회견 석상에서 '김원기 고문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하라'는 답변은 이같은 심중이 드러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적 정서와 '의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치판 관행 사이의 간극을 정동영 의장이 어떤 식으로 좁혀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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