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구름 낀 알프스가 보인다.KOKI
유유히 교차로를 통과, 그래도 궁금증은 남아 백미러로 흘깃 아까 그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이쪽에서 보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 아닌가? 보조석에는 아내로 보이는 한 여인도 타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 차를 세우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한눈 팔고 어쩌고 하기에는 너무 야박한 것 같았다. 해얼 형은 브레이크를 밟았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 노인은 뭐라 뭐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익숙한 독일어라고는 "구텐 탁"이나 "구텐 모르겐"밖에 없었으니 도대체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다만 독일어 사이로 몇 개의 영어 단어가 들려왔다.
"… 스노우… 슬리퍼리… 클로즈드… 루체른…."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을 여행하다 보면 느는 것이 손짓 발짓이요,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영어권이 아닌 바에야 그 한계는 더욱 뚜렷해질 뿐. 그 노인의 말을 우리 멋대로 해석해보니 대충 이랬다.
"지금 이 길은 눈(스노우)이 많이 내려 무척 미끄럽다(슬리퍼리). 그래서 이 길이 폐쇄됐다(클로즈드). 그러니 굳이 알프스를 넘으려면 루체른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