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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였다. 에인의 군사들은 티그리스 강가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마쳤다. 딜문에서는 50리쯤 떨어진 아래쪽 지역이었다.
해가 지자 군사들에게 가죽 상의가 지급되었고 장수들과 아장들 역시 갑옷에 방위용 모자를 썼다. 갑옷이라 해야 가죽미늘로 엮어진 것이었고 모자 또한 짐승 털로 테가 둘러진 것이었다.
전투복을 입은 군사들은 강 언덕으로 올라와 좌, 우군으로 도열했다. 아장들은 자기 조 앞으로 가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기침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서였다. 오늘 전투는 오랜 시간 침묵이 필요했음으로 기침을 하는 사람은 남겨두고 가야 했다. 다행이 감기가 든 사람은 없었다.
"이제 무기를 지급하시오."
아장들이 군사들에게 칼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칼을 받아든 군사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낄낄거리거나 괜히 떠들어대기도 했다. 직접 칼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라 기분들이 그렇게 고조되는 모양이었다.
그간 강 장수는 그들에게 칼을 주지 않았다. 도보에 칼까지 들면 그 무게로 속력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칼로 인해 어떠한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몰랐던 때문이었다.
강 장수는 그 형제국 군사들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우선 자신의 수하에서 단련된 소호 군사들과 그 품성이 달랐다. 거칠고, 자기 성질에만 충실히 반응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그가 세 개의 형제 국을 돌면서 군사를 선별한 것도 그 거친 힘의 응집력을 조금이라도 분산하기 위해서였다. 조종되지 않는 힘은 걷잡기도 힘들뿐더러 하나로 뭉칠수록 반란의 위험 역시 커지는 법이었다.
"아장들은 활과 창을 함께 드시오."
강 장수가 소호국 군사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릴 때 에인은 제후를 데리고 저만치 대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정중하게 말했다.
"제후께서는 딜문까지 가실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갈 필요가 없다니요?"
"제후께서 이미 저에게 마을 안의 위치를 모두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아니 계셔도 저희들끼리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제가 가는 것과는 다르지요."
"다르지 않습니다. 제후께서는 이 길로 곧장 누주로 가셔서 흩어진 백성들을 불러 모으시고, 그 백성들을 데려오십시오."
"결과도 보지 않고 어떻게 백성부터 데려옵니까?"
"저희들을 믿으십시오. 제후께서 딜문에 도착할 때쯤이면 모든 것이 평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후가 머뭇거리자 에인이 말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낙타는 누가 실수로 건드려도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만은 제 말대로 해주십시오."
"그러니까 내가 가는 것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제후가 물었고 에인은 고개만 끄덕였다. 제후도 에인의 의견이 아주 잘못 된 것은 아니라 싶었다. 하긴 그랬다. 자신에겐 그 전투를 간섭할 권한이 없었다. 또 따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누주로 가서 연락이 되는대로 우리 주민은 모두 모아올 테니 장군께서는 부디 잘 싸워 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인사를 끝낸 후 제후는 자기 낙타 쪽으로 걸어갔다. 에인은 제후가 낙타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자기도 대열 앞으로 돌아왔다.
군사들은 벌써 청기와 홍기까지 쳐들고 좌 우군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 열 줄이었다. 그 스무 줄이 한꺼번에 행군하기엔 그 폭이 너무 넓다 싶어 에인이 곧 시정 명령을 내렸다.
"우군 선열, 좌군 후열!"
청기를 든 좌군이 뒤쪽으로 분주히 물러났다. 그들의 도열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에인이 곧 출발명령을 내렸다.
"선열부터 출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에인이 말을 타고 선두에 서자 강 장수가 옆으로 다가들며 말했다.
"오늘 밤은 바람도 잘 모양입니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지독했다. 근동에는 사막 때문인지 밤에는 바람이 사방을 휘젓고 다녔고 오늘도 그것이 걱정이었으나 아직 바람이 시작될 기미는 없었다.
"아직 더 두고 봐야 알겠지요."
에인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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