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이버 작은 책방

소박한 일상의 행복이 가득한 곳

등록 2004.03.11 08:48수정 2004.03.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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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에 놀러오세요.”


a 사이버상에서 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남정령씨

사이버상에서 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남정령씨 ⓒ 권윤영

사이버 상에서 운영되는 ‘작은 책방’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블루잉크라는 닉네임을 가진 주인장 남정령(38)씨는 이제 아홉 살 난 딸 지원이를 위해 지난 2000년 작은 책방의 문을 열었다.

이곳은 커뮤니티나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책 리뷰를 올리는 ‘그림책방’, ‘동화책방’과 아이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 ‘지원이방’, 나들이와 답사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 ‘나들이방’, 책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책사랑방’ 그리고 아이와는 상관없이, 그녀가 읽는 책들과 문화적인 관심을 펼치는 ‘Blueink Room’이라는 이름의 엄마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책과 함께한 시간들을 홈페이지에 기록하고 싶었어요. ‘작은 책방’은 실제로 저희 집에 있는 서재의 이름이기도 하죠. 아주 가끔씩 제 홈페이지를 출판사로 착각하는 사람의 메일을 받기도 해요.”

홈페이지가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번 방문한 사람들은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 소박한 일상의 행복에 중독 돼 버리는 것이다.

작은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결혼 후 취미삼아 해본 통신의 영향. 육아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주부동호회에 가입하고 활동하던 중에 html문서를 독학해서 배우는 붐이 일었고, 그녀도 기꺼이 동참했다. 몇 개의 태그만 가지고 어설픈 홈페이지를 만들어봤던 것이 계기가 되어 실력을 갖춘 후에는 개인 도메인을 신청하고 호스팅도 받아서 아이 책 관련 홈페이지를 열게 된 것.


a 책을 좋아하는 지원이.

책을 좋아하는 지원이. ⓒ 권윤영

홈페이지는 그녀의 손으로 직접 운영한다. 나모웹에디터, 포토샵, 워드 프로그램 정보 등을 이 책 저 책 뒤져가며 독학으로 알아갔다. 실력미숙으로 1년간 쌓인 자료를 날려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일과 중의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홈페이지 관리는 주로 밤이나 아이가 학교 간 후에 하는데, 손님 글에 답변을 달거나 아이관련 이야기들을 정리하죠. 아이와 읽은 책들이나 아이와의 생활을 일기 쓰듯 적기에 글을 쓰는 작업은 즐거워요. 홈페이지가 아니었다면 노트에라도 적었을 이야기입니다.”


작은 책방에는 여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링크도 없고 다른데서 퍼온 정보도 없다. 그런데도 좋은 곳이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어 메일까지 주고받고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가장 큰 기쁨이다. 몇 년간 올린 내용이 아이의 역사로 남게 되니 그 또한 큰 보람.

홈페이지의 운영은 그녀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책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에 부지런해지는 것은 물론 아이 책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동화 읽는 어른’이라는 모임에도 참여해서 공부를 하게 됐고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작은 책방’이 계기가 되어 맘스쿨, 야후꾸러기, 리더스가이드 등 여러 사이트에 책 관련 컨텐츠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a 정령씨와 지원이가 손수 만든 인형의 집.

정령씨와 지원이가 손수 만든 인형의 집. ⓒ 권윤영

그녀는 아이에게 지식 하나를 가르치기보다는 생각하고 탐색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좋은 엄마다.

너무 멋없이 보낸 유년이 늘 아쉬워서 아이에게만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던 정령씨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아이와 관심사를 나누고 책 이야기도 함께 하고 여행도 함께 다니는 친구 같은 모녀지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이와의 추억과 관련된 것들은 무엇이든 잘 정리하는 습관이 지금껏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제가 아직 아이에게 컴퓨터를 접해주지 않고 있어요. 작은 책방에 올라간 글을 프린트해서 보여주는데 지원이는 자기의 이야기를 잘 읽어요. 특히, 자기 그림이나 만들기를 주제별로 정리해 올려주면 아주 재밌어 해요. 자신의 이야기에 남겨진 코멘트도 즐겨 읽는답니다.”

딸 지원이 역시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진 ‘지원이방’을 좋아한다. 프린트해서 <즐거운 일기>라는 제목을 달아 파일에 넣어줬는데 그 양이 날마다 쌓이고 있다.

“아이와 저의 책 이야기가 쌓이는 곳으로 오래오래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요. 우리가 읽은 책 한권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큰 즐거움이 된다면 더 좋겠지요. 아이와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닐 생각인데 우리나라의 이름 없는 곳곳을 돌아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책으로 똑똑해지는 아이보다는 책으로 꿈꿀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소망을 가진 작은 책방 주인장 남정령씨의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작은 책방 : blueink.pe.kr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작은 책방 : blueink.pe.kr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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