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한 교통시설물

등록 2004.03.11 14:07수정 2004.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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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걷거나 차를 이용할 때 도로교통법이 적용된다. 보행자를 위한 규정이 있고 자동차를 위한 규정이 따로 있다.

창원과 김해의 몇 가지 부적절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도로 여건이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 지점도 있겠지만, 교통시설물 설치 기준을 무시한 듯 설치된 곳이 있다. 이런 시설물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길 가장자리 구역선과 정차ㆍ주차 금지선

도로교통법 제28조에서 규정한 대표적인 주ㆍ정차금지구역 장소에 횡단보도와 교차로가 해당된다. 횡단보도와 교차로에는 주ㆍ정차금지선인 황색 실선을 설치해야 하지만, 설치하지 않았거나 주차금지선인 점선으로 잘못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ㆍ정차금지구역이지만 주차금지선을 설치한 창원 용지사거리 교차로
주ㆍ정차금지구역이지만 주차금지선을 설치한 창원 용지사거리 교차로최현영
교차로ㆍ횡단보도로부터 10미터이내 구간에 설치한 주차금지선, 황색 실선으로 설치해야 한다.
교차로ㆍ횡단보도로부터 10미터이내 구간에 설치한 주차금지선, 황색 실선으로 설치해야 한다.최현영

현재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된 도로에서 도로 모퉁이 부분 일부를 제외하고 전구간은 황색 점선이 설치되어 있다. 도로교통법의 규정을 잘못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횡단보도이다. 횡단보도에는 "차로를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설치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교통시설물 설치자가 <차로>와 <길 가장자리 구역선 또는 정차ㆍ주차 금지선>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결과로, 횡단보도에는 어떠한 종류의 선을 설치하면 안 되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주ㆍ정차금지구역인 교차로지만 단속요원도 주차금지구역이라고만 알고 있다.
주ㆍ정차금지구역인 교차로지만 단속요원도 주차금지구역이라고만 알고 있다.최현영

그리고 횡단보도로부터 10미터 이내의 곳과 교차로(우회전 전용차로 포함)에는 정차 및 주차가 금지된 곳이지만 정차가 가능한 주차금지선이 설치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잘못 설치된 시설물로 인해 몰지각한 운전자가 교차로를 주차장으로 이용하지만 단속조차 할 수 없다.


현재 설치된 교통시설물이 얼마나 잘못되었나를 경찰청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발행한 <교통안전시설실무편람> 설치 기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래 그림4에서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길 가장자리 구역선 또는 정차ㆍ주차 금지선에 준하는 표시가 연속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횡단보도 설치 예시도,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길 가장자리 구역선이 표시되어 있다. 경찰청 자료
횡단보도 설치 예시도,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길 가장자리 구역선이 표시되어 있다. 경찰청 자료최현영



남용되거나 불합리한 보조표지판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도로표지판을 가리는 보조표지 교통시설물을 흔히 볼 수 있다. 교통시설물 설치 기준의 '남용금지'를 생각하지 않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다.

김해 장유, 교차로 도로표지판을 가리고 있는 불필요한 보조표지판
김해 장유, 교차로 도로표지판을 가리고 있는 불필요한 보조표지판최현영
도로표지판과 신호등이 겹쳐 설치되어 표지판의 글자를 볼 수 없다.
도로표지판과 신호등이 겹쳐 설치되어 표지판의 글자를 볼 수 없다.최현영

김해 신도시에서 본 보조표지로 사거리 교차로 표시이다. 사거리 교차로를 나타내는 도로표지판이 있다면 굳이 교차로 보조표지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남용되는 표지판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운전자를 시야를 가려 도로표지판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도로표지판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T자형 교차로로 도로표지판과 신호등을 동시에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두 종류의 시설물 설치 기준에 융통성 없이 따라 설치한 결과다.

설치 기준에 의하면 도로표지판의 경우 도로에서 5m의 높이에, 신호등의 경우 4.5m ~ 5m 높이로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삼거리 교차로이며, 전방으로 차량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운전자가 볼 때 표지판의 글자가 가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김해 장유, 동시신호 체계이지만 각각의 신호체계로 운용되고 있다.
김해 장유, 동시신호 체계이지만 각각의 신호체계로 운용되고 있다.최현영

불필요한 보조표지로 직진 및 좌(우)회전 지시표지가 있다. 신호등에 설치된 <직진 및 좌(우)회전 지시표지>는 '동시신호'의 의미이다. 신호지시에 좌(우)회전과 직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곳은 좌회전 후 직진 신호 체계로 보조표지판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보조표지도 있다. 직진 후 동시신호 체계로 창원대로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점을 조금 지나면 중복되는 보조표지가 있다. 진행방향 전방 신호등에 제한속도 표지가 있으며, 도로 우측에 단속을 알리는 표지와 함께 제한속도 표지가 또 있다. 그런데 도로표지판을 가리도록 제한속도 표지가 또 설치되어 있다.

창원대로, 신호순서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여 설치한 보조표지
창원대로, 신호순서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여 설치한 보조표지최현영
창원대로, 제한속도 표지가 중복 설치되어 도로표지판을 가리고 있다.
창원대로, 제한속도 표지가 중복 설치되어 도로표지판을 가리고 있다.최현영


변경되어야 할 도로교통법 규정

교통시설물은 운전자가 쉽고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보조표지 등 법에서 정한 내용이 형식에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 보행자 횡단금지의 도안은 부적절하다.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 보행자 횡단금지의 도안은 부적절하다.최현영

도로 <구간 표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규제표지에서 '횡단금지' 표지 또한 도안이 수정되어야 합리적이다. 횡단금지와 횡단보도 표지의 도안이 동일하나 색상이 다르고 문자가 추가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횡단금지의 경우 횡단보도를 나타내는 도안이 있어 비합리적이다. 횡단금지의 경우 도로 무단 횡단을 방지할 목적으로 횡단보도 표시는 없어야 합리적이다. 보행자 보행금지와 같이 도로를 나타내는 선만 표시하여야 한다.

시설 개선의 효과

중복 설치되는 표지판을 없애고, 합리적인 시설로 개선한다면 도시 미관을 좋게 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주ㆍ정차금지선을 설치하여 운전자들의 법규준수 의식을 높일 수 있으며, 차량 주ㆍ정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있어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시설이 된다.

반면, 도로관리청의 위반 단속 또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르므로 불합리한 시설과 관련한 시비를 줄일 수 있어 행정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도로 <구간 표시> 등의 불합리한 교통시설물에 관한 내용은 <교통시설물 고정관념을 깨자!>를 참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도로 <구간 표시> 등의 불합리한 교통시설물에 관한 내용은 <교통시설물 고정관념을 깨자!>를 참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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