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야 3당 성토하며 국정안정 약속

4당 대표회담에 제안에는 "야 3당 합당하라" 응수

등록 2004.03.12 18:06수정 2004.03.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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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장이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이시간 이후 탄핵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이시간 이후 탄핵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오후 4시20분께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야 3당을 향해 "반드시 업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하면서도 "국민은 안정을 바란다. 안정을 거드는 한 축이 되겠다"며 국정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 의장은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탄핵안 가결 뒤 제안한 4당 대표회담에 대해 "판이 깨지기 전에 하자고 읍소하고 호소할 때는 대화가 '쓸데없다'고 하더니 판을 깨놓고, 대통령을 직무 집행정지시켜 놓고 만나자고 하는지, 본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신들이나) 만나서 합당하라"고 일축했다.

정 의장은 당분간 비타협적 대야(對野)노선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여야간 극한 대치는 장기화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 의장은 "지금 온 국민이 헌재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고 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의 양심과 양식을 믿는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다만 그는 "야 3당이 헌재에 어떤 식으로 협박과 영향력을 행사할 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헌재의 양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혀, 열린우리당 의원의 총사퇴는 다소 지연되거나 혹은 철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대변인은 정 의장이 이처럼 갑자기 신중론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총사퇴 선언 이후 시민들로부터 울분에 차서 함부로 사퇴를 결의할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전화와 이메일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자칫 전 의원이 사퇴할 경우 야당이 개헌안을 총선 전에 밀어붙여 권력찬탈을 노골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확대간부연석회의에서는 국정안정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국민안정을 위한 재경부 긴급회의 소집을 정부측에 촉구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의원은 고건 총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보 교류를 지속하자는 요구를 했다고 우리당 한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은 12일 밤 9시 '헌정수호와 국정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국정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4당 대표를 제안했다. 3당이 합의했는데, 참석하나.
"판이 깨지기 전에 하자고 읍소하고, 호소할 때는 대화가 '쓸데없다'고 하더니 판을 깨놓고 대통령 직무 집행 정지시켜 놓고, 만나자고 하는지, 본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최병렬, 조순형, 김종필 총재들만 만나길 바란다. 만나서 합당하길 바란다."

-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쿠데타 세력과 국정안정세력으로 자리매김 해서 대비시켜 나가겠다. 우선 대통령직을 다시 살려내겠다. 법률적 투쟁을 통해서, 정치적 투쟁을 통해서 살려내는 일에 총력을 다하고자 한다. 혼란과 안정 가운데 조속한 민심의 안정,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고건 총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

- 청와대와 고건 총리와는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대통령은 궐위 상태가 아니다. 그대로 있는 것이다. 고 총리도 오늘 생긴 총리가 아니라 1년 1개월 전부터 있었던 총리이다. 하등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 대통령과 통화할 경우 어떤 입장을 전달할 것인가.
"우려와 분노를 전하겠다. 이럴 때일수록 확고하게 나라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각이 더욱더 분발해서 꼼꼼하게 일을 잘 챙기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각의 임무일 것이다.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국민 속으로 간다고 했는데 장외투쟁인가?
"우선 내일 아침에 헌정수호 국정안정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당사에서 연다. 그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쿠데타 세력을 응징하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씻어 드릴지에 대한 각론을 마련하겠다. 국립묘지에 가겠다. 김구 선생의 묘소가 있는 현충원에 가겠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출발을 하겠다. 새로운 시대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반성하고 사죄하고,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다시 시작하겠다."

"다시는 그 더러운 입으로 광주를 말하지 말라"
12일 탄핵안 표결 강행, 눈물로 만류한 임종석 의원 전화 인터뷰

1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의원들의 물리력에 의해 가결된 순간 국회 경위들에 의해 의장석에서 끌려나온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본회의장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울분을 토했다.

울분을 토하는 그 순간에도 그는 투표장으로 향하는 민주당 선배 의원을 향해 "노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이래서는 안된다"며 만류했지만, 거절당한 채 선배의원들의 '완력'에 제압당했다.

임 의원은 12일 본회의 산회 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심경을 "민주화투쟁 농성 중에 강제로 진압 당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다"면서 "탄압자들의 앞에서 무릎 꿇었을 때 참담함 그대로다"라고 말하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 선배 의원들을 향해 "그 더러운 입으로 다시는 광주를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정통성을 가진 민주당은 오늘로서 완전히 죽었다고 본다"고 민주당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임종석 의원은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결과는 "국민들이 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 헌재는 권력관계의 힘의 우열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관측하며 "가장 강도 높은 투쟁을 국민들과 함께 전개해 이 국면을 이겨낼 작정"이라고 다짐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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