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표지판 동서남북과 한글 맞춤법

등록 2004.03.15 14:00수정 2004.03.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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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표지판과 지명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지명이 많다. 물론 행정구역상으로 지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을 바둑판 식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한 도시에 여러 개의 진출입로를 개설하여 이름을 붙이자니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건설교통부령 도로표지규칙은 원활한 도로교통과 도로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도로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거리에서 읽을 수 있는 크기로, 야간에도 식별이 가능해야 하고, 지명은 진행방향의 도로표지에 표기한 지명과 항상 일치하여야 한다.

동서남북 도로표지판
동서남북 도로표지판최현영
신창원과 교통사고많은곳
신창원과 교통사고많은곳최현영
도로표지규칙을 생각하고 고속도로 한글 지명을 보면 동안동, 서진주, 서울산, 동김해, 서김해, 남양산, 북부산, 북창원, 동서울과 같이 동서남북이 붙은 수많은 지명이 있다. 시내 도로의 지명도 비슷한 상황으로 신마산, 동대구가 있으며 신창원(?)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영문 표기를 보면 동서남북을 약자로 표기한다. 'E. W. S. N.지명'의 형식이다. 약자의 의미는 도시의 방위를 나타낸다. '동안동'은 '동안동'의 오류가 아니라 안동의 동쪽, '서김해'는 김해의 서쪽이다. '한남대교 남쪽ㆍ북쪽'과 같은 표현이다.

때론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서울산'이다. 북한산과 같은 산 이름인 '서울산'이라는 말인가 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잠시 착각하여 벌써 서울인가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일부 도로표지판을 수정하여 본선은 조금 나아졌지만 시내도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것은 울산의 서쪽이라는 뜻의 '서 울산'이다.

이를 표기하는 도로표지판은 세가지다. '서울산', '서 울산', '서.울산'으로 서울과 혼란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변경하면서 표기를 통일하지 못해 중구난방이다. 결국 "진행방향의 도로표지에 표기한 지명과 항상 일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완전히 무시될 수밖에 없다.

울산의 서쪽,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도로표지판(서울산)
울산의 서쪽,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도로표지판(서울산)최현영
서.울산, 경부고속도로 본선 구간 도로표지판
서.울산, 경부고속도로 본선 구간 도로표지판최현영
서 울산, 고속도로 진입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
서 울산, 고속도로 진입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최현영
'나가는 곳'은 '나가는곳', '표 받는 곳'을 '표받는곳'으로 '요금내는곳', '교통사고많은곳'과 같이 모두 붙여 표시한다.


띄어쓰기를 무시한 각종 도로표지판
띄어쓰기를 무시한 각종 도로표지판최현영
도로표지판이나 간판을 보고 한글을 깨치는 어린이들이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이 신기하여,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해 어린이는 끝없이 간판을 쳐다본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라면 도로표지판이 학습 교과서가 된다.

그러나 맞춤법도 맞지 않는 표지판을 읽고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 표지판을 본 어린이가 '나가는곳'이라 쓰고 맞춤법에 따랐다고 주장한다면 선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법률도 한글 맞춤법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 도로표지판도 띄어쓰기를 하고 혼란을 줄여야 한다. 도시의 지명을 누구 마음대로 바꾸었는지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도로표지판 제발 띄어쓰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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