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노조 - 시장 갈라서려나

지도직 인사문제로 갈등의 골 깊어져

등록 2004.03.15 09:20수정 2004.03.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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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나주시 공무원노조(이하 노조)와 신정훈 시장과의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타 시, 군에 비해 유달리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져왔던 양측은 지난 연말 정기인사 문제로 대립 각을 세우더니 최근 또 다시 지도직 인사문제가 불거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선 3기 취임 이후 노조를 향한 신 시장의 애정은 남달랐다. 노조 또한 이 같은 신 시장의 마음을 모르는 봐가 아니었다.

386젊은 정치인답게 그는 굵직굵직한 현안사업이 발생할 때마다 직접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않자 노조측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이를 시정에 반영할 정도로 양측의 관계는 각별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정기 인사로 삐끗거리기 시작해 최근 신 시장이 전남도와 1:1 지도직 인사교류를 단행하려하자 지난번에 이어 또 다시 성명서를 내고 신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1:1인사, 실상은 영입인사

표면적으로는 전남도와의 1:1 인사교류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조측이 결사반대를 외칠 만도 하다.

지도직 1:1 인사교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 진흥청에 근무하는 배 전문가 한모 지도사와 시에 근무하는 30대의 젊은 지도사를 맞바꾸자는 내용이다. 지도직의 특성상 발령과 동시에 6급 지도사로 승진되기 때문에 같은 직급간에 1대1 교류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도관(5급 사무관)으로 승진을 못한 30년 경력의 지도사나 1년을 근무한 지도사나 직급이 같기 때문에 교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 시장은 도에 근무하는 한모 지도사를 시로 영입해 공석으로 남아있는 배 원예과장 자리를 맡기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즉 한모씨를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키겠다는 것.

현재 5급 사무관 자리가 비워있는 상황에서 배수 안에 들어 있는 시 지도직들을 배제하고, 도에서 내려 온 한모씨를 5급 지도관으로 발령하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노조측은 도에서 내려오는 한씨보다는 내 집 식구를 챙기는 게 도리가 아니냐며 명분없는 1대1 교류를 반대하고 있다.


전남도 5급 1:1 교류 난색, 젊은 지도사 내놔라!

처음부터 신 시장이 한모 지도사를 시로 영입해 지도관으로 승진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지난 연말 정기 인사 당시 신 시장은 도와 1:1 인사교류를 위해 5급 지도직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신 시장은 당시 시 5급 지도관과 도 지도관을 맞바꾸려는 생각으로 지도직 인사를 다음으로 미뤘다. 이미 한모 지도사를 마음에 둔 신 시장은 시 5급 지도관을 도로 보내는 대신 한모 지도사를 데려오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도 진흥청에서 한모 지도사를 지도관으로 승진시킬 수 없다며 나주시에서 제안한 5급 지도관 간에 1:1교류에 난색을 표했다.

이는 도가 나이 든 5급 지도관을 받지 않으려는데서 실타래가 꼬이기 시작했다. 충분히 5급 사무관 1:1 교류가 가능한 데도 도는 시 제안에 손사래를 치며 일할 수 있는 젊은 6급 지도사와 한씨를 바꾼다면 교류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마음이 급해진 건 신 시장이었다.

지도관 한자리를 놓고 지난 연말부터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시 지도사들을 일일이 만나 현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까지 구했다. 여기까지는 꼬였던 실타래가 잘 풀리는 듯했으나 노조가 이를 적극 반대하고 나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애향심 남다른 배 전문가 한모씨

신 시장이 무리수를 둬가며 영입하려는 한모씨는 누구인가?

한모씨를 영입하기 위해 지난 연말 지도직 인사가 미뤄졌으며, 세 달이 지난 현재까지 배 원예과 과장 자리가 공석으로 비워져 있다. 6급 지도사인 한씨의 위치를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나주 금계동 출신인 한씨는 배 관련 부서에 지도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배 전문가로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애향심이 남달리 강한 그는 기회만 되면 나주를 떠나려고 발버둥치려는 일부 나주시 공무원들에 비해 귀감이 되기도 한 인물이다. 도로 아침, 저녁 30년 가까이 출퇴근하고 있는 그는 가족 모두가 나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신 시장과 이 부시장은 "나주 사람이기 때문에 사무관 한자리를 도에 빼기는 것이 아니다"며 노조측을 설득하고 있다. 배 원예과에 근무하는 젊은층 지도직과 몇몇 직원들도 한씨의 영입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시 지도직 중 한사람이 승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 전문 지식을 지닌 사람이 나주 배를 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한씨의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큰 틀에서 나주 배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승진 당사자들과 다음 승진 순서를 기다리는 많은 지도직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지도사들은 "원칙을 저버리고 도에서 내려온 이가 승진을 한다면 어느 누가 책임을 지고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며 "공무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승진인데 이를 무시하고 시장의 입맛대로 영입인사를 승진시킨다면 나주시 공무원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침했다.

“배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닌 유통의 문제다”

노조측도 한씨의 영입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시장이 이번만큼은 한 걸음 물러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상문 지부장은 "나주 배의 문제점이 배 전문가가 없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보다는 유통상의 문제점 때문"이라며 "한 사람의 배 전문가가 와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치더라도 현재의 유통 문제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 지부장은 또 "시에도 한모 지도사 못지않은 직원들이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한씨에 뒤지지 않는다"며 "가장 큰 문제인 유통과 생산자들의 의지가 고쳐지지 않은 이상 배 전문가가 오더라도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지부장의 얘기처럼 실제 나주 배의 문제점은 전문적인 기술부족으로 인해 배 농가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보다는 과잉 생산으로 판로의 길이 막히고, 일부 생산자들이 저품질의 배를 유통시켜 나주배가 추락을 하고 있다.

한편, 일반직 공무원들도 대부분의 지도직 공무원들과 같은 입장이다.

만에 하나 영입한 인사가 승진된다면 일반직에도 언젠가는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입인사가 기존 승진대상자들을 제치고 곧바로 승진된다면 전체적인 공무원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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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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