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이어주던 종소리. 종소리가 그립습니다.느릿느릿 박철
봄 햇살이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여린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계절입니다. 이 맘 때가 되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등교하던 날 보았던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장이 생각납니다. ‘차렷, 앞으로 나란히’를 처음 배우던 날, 어머니는 운동장 저 편에 서 계시고 나는 불안하여 힐끔힐끔 뒤를 쳐다보면 어머니는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손짓을 하셨습니다.
나는 십리가 넘는 학교까지 책보를 메고 터벅터벅 걸어 다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봄 내내 하얀 손수건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니며 개나리 담장 아래 병아리처럼 조잘대곤 했습니다. 처음으로 얼굴 가득 내려앉는 햇살을 느꼈고 또 그 뒤로 생겨난 내 그림자를 처음 보았습니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아 아침나절에는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작은 차돌을 화롯불에 구워 따끈하게 데워진 돌을 주머니에 넣어 주셨습니다. 손이 시려우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돌멩이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학교를 갔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그림입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들고 다녔던 자연실험 주머니 속에 들어서 있던 단추며 자석이며 나무토막, 조개껍질도 모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자연시간에 배운 아지랑이가 운동장 저 너머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걸 발견했을 때는 마술 상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처럼 아! 하고 탄성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봄날엔 모든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신비롭게만 느껴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