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대사관앞에서는 13년째 어김없이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17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이른바 '수요집회'가 지난 92년 1월 8일 첫 집회를 가진 이래 600회를 기록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여느 때와 같이 노란색 조끼를 걸친 피해자 할머니 10여명이 앞줄에 앉아 있었다. 몇몇 할머니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었다.
600차 수요집회에는 이들 할머니 뿐 아니라 약 3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했다. 여성단체 회원 뿐 아니라 수녀·목사·고등학생·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 그리고 이들과 뜻을 함께 하는 남성들이 참여했다.
멀리 미국에서 온 '한미여성회', '이중문화 가정목회 전국연합회' 등 재미 한인여성단체 10여명이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서 있었고, 한 구석에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여성위원회 회원들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행사 주최인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나누어준 레드카드를 들고 노래에 맞춰 높이 흔들었다. 붉은 색은 해방 50년이 넘도록 문제해결을 미루고 있는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한 분노와 앞으로 굳은 연대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열정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카드에는 '진상규명', '전쟁범죄 인정', '손해배상', '역사교육', '전범자 처벌', '추모비 건립', '공식 사과'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13년 전부터 일본 정부에게 했던 요구. 그러나 이 중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신혜수 정대협 상임대표는 "일본은 일부 강제만 있었다며 사죄는 커녕 망언을 일삼고 있다"며 "전범 처벌은 커녕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법적 배상을 요구했는데 기만적인 위로금(민간차원의 아시아기금)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또 일본 역사 왜곡교과서는 또 어떻냐"며 조목조목 투쟁 진행상황을 전달했다.
각각 붉은색 재킷과 점퍼를 입고 수요시위에 참여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김희선·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16대 국회에서 친일 진상규명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연신 "부끄럽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겠다"며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국회 최우수연구단체로 뽑혀 받은 상금 500만원을 나눔의 집에 전달했다. 피해자 할머니가 "약속 지키겠습니까! 약속 꼭 지켜주세요!"라고 외쳤다.
일본에서 온 손님들도 많았다. 92년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으로 처음 이 문제를 알게 됐다는 회사원 고노 다이스케씨는 2002년 12월 이후 거의 빠짐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을 찾았다. 그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집회가 계속되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할머니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평화회 소속 20대 청년 20여명은 "지난주에 할머니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할머니들로부터 극심한 고통, 분노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며 오키나와 전통 노래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