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를 '촛불댄스'로 녹이다

17일 대전역 광장 200여명 모여... 경찰, '불법집회' 압박

등록 2004.03.17 22:58수정 2004.03.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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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촛불댄스 아세요?"

"촛불댄스 아세요?" ⓒ 심규상


촛불한마당 행사장. 대전역 광장이 웃음 소리로 떠들썩 했다. 일명 '촛불댄스'가 선보인 것. 장단은 '나 어떡해', '고래사냥', '아파트' 등 대중가요다.

촛불댄스 요령은 이렇다. 우선 양 손에 촛불을 들고 높이 치켜 든다. 다음은 리듬에 맞춰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몸을 흔든다. 촛불을 앞 뒤로 흔들며 스탭을 앞 뒤로 밟아도 된다. 장소가 넓을 경우 왼쪽으로 세 걸음. 오른쪽으로 세 걸음씩을 오가며 촛불과 몸을 흔든다.

이날 시범을 보인 '춤 선생'(?)은 10여분 동안 몸놀림을 크게 하며 흔들다보면 꽃샘 추위도 저만치 달아난다고 장담했다. 장소가 비좁을 경우 리듬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촛불을 흔든다. 이때는 촛불을 원형으로 흔드는 게 포인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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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를 맞는 17일 촛불시위는 대전역 광장에서 열렸다. 시작은 촛불 점화식. 옆 사람과 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상대방의 초에 불을 붙여주는 시간이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촛불 켜는데 쓰라며 라이터 3개를 모아와 넘겨주기도 했다.

"계모임도 촛불과 함게..이래도 문화행사가 아니라고?"

a 땅에서는 '촛불', 하늘에는'폭죽'

땅에서는 '촛불', 하늘에는'폭죽' ⓒ 심규상

이날은 촛불행사를 시작한 이래 날씨가 가장 좋지 않았다. 매서운 한파가 광장을 휘몰아친 것. 촛불을 잡은 손마다 실장갑을 꼈지만 봄비 끝에 찾아온 꽃샘 추위도 만만치 않았다.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생각해 낸 대비책은 촛불댄스. 실제 한 시간이 넘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몸이 풀렸는지 얼어붙었던 목소리들마저 커졌다. 때 맞춰 수십여발의 폭죽이 터져 밤하늘을 밝혔다.


이날 시민발언대에 오른 강정숙(여.42)씨는 "모 정치인이 10대 20대는 분별력이 없다고 했는데 분별력 없는 사람은 193명의 국회 의원"이라며 "오는 토요일 동창생 계모임을 촛불문화제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집회는 강강수월래를 하듯 큰 원을 그리고 서서 민주수호를 염원하는 기도와 다음 날에도 꼭 촛불을 밝히자는 다짐으로 밤 9시 경 끝을 맺었다.


주변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사복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현장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왜 세금 바치는 국민이 나서 국회 걱정까지 해야 하나"
[오늘의 인기발언대] 성명미상 40대 남자

▲ 성명 미상. 40대 남.
"대전에 내려 온지 2년 된 의사입니다. 한 국회의원이 촛불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 백수고 사오정이라는 글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오늘도 또 나왔습니다. 어제는 촛불 행사장에서 다른 병원의 의사도 만났습니다. 참으로 반갑더군요.

저는 버는 만큼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직업이 의사인 만큼 적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오신 분들도 버는 만큼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선거자금이다 정치자금이다 받아쓰고 세금 한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꼬박꼬박 세금 바치는 국민의 의사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 받은 사람들은 이 추위에도 따뜻한 아랫목을 지키고 있는데 왜 세금 내는 우리 유권자들은 오돌오돌 떨며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합니까? 듣자하니 선관위에서 무슨 무슨 당이나 누구 누구를 찍지 말자고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합디다. 하지만 무슨 당을 박살내자고 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한번 외쳐 보겠습니다. 국회의원 박살내자!"

경찰, 집회 미신고 이유 출석 요구서 발송 논란
행사 참석자들 "자발적 평화행사 왜 문제 삼나"

16일 경찰이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사전신고가 필요한 집회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촛불 집회를 문제 삼아 출석요구서를 발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충남도경찰청 관계자는 17일 "지난 12일과 13일 진행된 촛불 집회가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인 것으로 나타나 집시법 위반 등 여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 아무개씨 등 2명에 대해 대전동부경찰서와 대전 중부경찰서에서 각각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그동안 누가 주도해 집회를 벌인 바 없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행사를 벌였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지극히 평화적인 시민의 자발적 참여행사에 불법을 운운하며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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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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