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해외여행, 그 현장으로

한·아세안 미래지향적 청년 교류 프로그램 참가 후기

등록 2004.03.19 20:04수정 2004.03.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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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기말고사가 끝날 때쯤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금쪽 같은 방학 중에 뭘 할까를 고민한다. 물론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책 몇 권 이상 읽기, 수영 배우기, 토익 탈출하기, 아르바이트, 인턴 실습 등.

이상은 필자가 한 번쯤 시도했거나 계획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더 클래식의 노래 <마법의 성>의 가사에서처럼 그것은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었다. 그러나 그 중 예외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 여행이었다.


'해외 여행' 하니까 괜히 어감이 좋지 않은데, 필자가 방학마다 꿈꿨던 일들 중 하나는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보고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촌놈, 비행기 타다

라오스 국내선 안에서
라오스 국내선 안에서한규현
그런데 기회가 왔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지난해 11월 18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2004 한·아세안 미래지향적 청소년교류 한국대학생 대표단 선발'이라는 글이 올랐다.

그런데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내 수많은 게시판 중 공지 하나 달랑 올라온 글을 보고 전국에서 수백 명(수천 명인지도 모른다)이 지원했다면 믿겠는가?

필자의 경우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 프로그램을 알게 돼 기말고사 기간 중 부랴부랴 지원양식을 제출했는데, 감사하게도 최종 50명의 명단 안에 들 수 있었다.

한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단장님의 말에 따르면, 외교부, 문광부 등에서 주최하는 국가 간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이 17개나 된다고 한다. 참가자의 선발은 학교, 지역, 성비, 유사 프로그램 참가 경험 등을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방대학 학생이라고 해서 선발에 불이익을 겪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방 소재 대학 학생들의 지원율은 턱없이 낮고, 각 학교에 행사 관련 공문을 보낼 때도 서울 소재 대학들이 오히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참가한 학생들 중 많은 수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지원했다.


방콕의 에메랄드 부다 템플에서 태국 대학생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방콕의 에메랄드 부다 템플에서 태국 대학생들과 찍은 사진입니다.한규현
본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프로그램 지원에 대한 팁을 준다면 영어 구사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국가 간 교류 프로그램에서는 각 참가자가 국가를 대표하는 바, 각종 토론이나 상대국 고위 인사, 청소년들과의 만남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대표단 선발 시 주최 측에서는 영어구사 능력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그리고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소개서나 참가 계획서 등을 통해 강한 의욕을 보여주고 자신의 능력과 경력, 관심분야가 그 프로그램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참고로 덧붙이자면 필자가 이상 언급한 조건에 부합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필자도 해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당연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대치를 훨씬 초과한 나라 – 태국

앞서 얘기했지만 필자는 본 기자는 한·아세안 청년 교류프로그램에서 한국 대표단 자격으로 태국과 라오스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인상 깊은 기억이 많지만 여기서는 태국에 대한 감상만 소개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단 한 번의 경험을 통해 그 나라를 평가하고 규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이 학생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만' 정도로 봐주길 바란다.

태국에 가기 전, 누군가에게 이 나라에 대해 물으면, '우리 나라보다 못살고, 골프 관광, 허니문 장소로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출국 전 열풍이었던 조류독감과 반한감정이 심한 나라' 등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방콕에 있는 호텔에 묵는다는 말을 했을 때도 '태국에서 호텔이라 봐야 뭐 거기서 거기지”라는 반응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실제 태국은 필자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자동차로 가득 찬 방콕 시내의 모습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태국의 호텔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그곳에도 입시가 있고, 과외가 있고, 대학에도 서열이 있었다.

태국의 대학생들은 영어를 정말 잘했다. 그리고 참 다양한 꿈을 꾸고 있었고 세계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한·아세안 관계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에 “미국이 문화산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문화 제국주의라고 하는데, 태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역시 같은 것이라고 보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낵이라는 친구는 “태국에도 할리우드, 일본, 한국 그리고 우리의 영화가 있다. 이 중 강국으로 치면 미국과 일본이 한국보다 부국이다. 그러나 태국 청소년들이 한국의 문화상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태국 청소년의 기호에 맞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태국 대학생들과 이야기 한 <엽기적인 그녀>, <가을 동화>, <시월애>와 태국 도로를 달리면서 만난 삼성 휴대폰 광고판은 한국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태국 제 2의 도시 치앙마이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한국 대표단 강강술래 공연 모습
태국 제 2의 도시 치앙마이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한국 대표단 강강술래 공연 모습한규현
게이의 천국?

태국에서 경험한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이 문화였다. 태국에서는 세 가지 유형의 게이를 만날 수 있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흔히 듣는 게이의 모습을 한 게이(예쁘지만 어딘가 어색한)도 있고, 어디를 보나 완전히 남잔인데 여자 옷을 입고 다니는 게이도 있다. 또 남자 옷을 입고 있어,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뭔가 낯설게 느껴지는 게이가 있었다.

태국의 인사말은 ‘사와디’인데, 여기에 남자는 ‘캅’을 붙히고 여자는 ‘카’를 붙힌다. 그런데 남자 모습을 한 게이들은 ‘사와디카’라고 인사해 눈치빠른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태국을 방문한 한국 대표단이 공통으로 가졌던 질문은 “왜 이렇게 게이가 많은가?”였다. 이 질문은 태국 학생과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방콕 쯜라룽쿰 대학에 다니는 잉이라는 학생에 따르면, 자기 전공 남자의 20% 정도는 게이이고, 교수들도 상당 수 게이라고 했다. 교수를 포함한 고위 인사들의 경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게이임을 부인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처럼 태국에 게이가 많은 이유에 대해 잉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관광산업이 발달한 태국은 남자보다 여자가 경제활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그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이보다 더 설득력을 갖는 것은 태국 사람들이 가진 개방성 때문이라고 것. 실제로 태국인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태국 학생들은 같은 그룹에 있는 게이들과도 스스럼 없이 지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게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인정하는 태국인들의 수용의 자세는 백 번이고 배울 만 했다. 그리고 이 수용성과 개방성이 태국을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태국 마사지, 굳었던 뼈 마디가 소생하다!

치앙마이에서 대표단을 맞아준 어린이들과 한 컷
치앙마이에서 대표단을 맞아준 어린이들과 한 컷한규현
지금 태국을 생각하면 가장 간절한 마사지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태국에 가기 전에 누가 그랬다.

“태국가서 마사지랑 게이바 안 갔다오면 태국 다녀온 게 아니다.”

비록 게이바는 가지 못했지만 마시지는 정말 최고였다. 태국에서는 150바트에서 200바트를 주면(한국 돈으로 8000원 미만) 2시간 동안 태국 전통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2시간이나 마사지를 받으면 지루하지 않뺑?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사지가 시작된 후 10분이 지난 다음 그 기우는 말끔히 사라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사지는 빡빡하게 진행된 일정으로 누적된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캅쿤 캅!('감사합니다'의 태국어)

첫 해외여행은 누구나 설레고 기억에 많이 남겠지만 이번 여행은 나의 일생을 통틀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다. 프로그램 지원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 함께 태국과 라오스를 여행했던 27명의 참가단들과의 소중한 인연, 태국에서 만난 내 나이 또래 대학생들과의 경험, 라오스에서 공산당 아저씨들과의 토론, 주라오스 대사관에서 대사님과의 만찬 등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을 값진 경험들이었다.

결론: 남들보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정보에 민감하면 공짜로 해외여행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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