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상인들>은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일본의 문화와 상인정신을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본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일본인들의 생각, 특히 오늘날의 성장과 문화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된 부분이 있다면 두가지이다. 하나는 상호이익과 신뢰이고, 하나는 상도의에 대한 부분이다. 장사가 나 혼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매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 진정한 상인은 상대방과 자신을 모두 이롭게 한다고 이 책은 쓰고 있다.
“좋은 물건을 적은 이문만 붙이고 팔아서 소비자가 만족을 얻고 생활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상도였다. 상인은 물건을 팔 때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 하는데, 필요 이상의 이문을 남기면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 언젠가는 망한다.”
오늘날 최고의 상인을 꼽으라면 일본 상인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오사카 상인. 오사카 상인은 장사를 체계화하고 합리화시킨 사람들이다. 일본 상인의 정신은 바로 오사카 상인 정신으로 통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내용들, 오사카가 일본 경제의 중심이 된 것에 대한 배경과 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한편 오사카가 상인의 도시가 된 것은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통일한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이 책은 보고 있다.
서울 시내의 일식집 문 앞에서 볼 수 있는 ‘무명천’이 있다. 이것이을 ‘노렌’이라고 부르는데, 노렌은 바로 신용을 의미한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품질을 지키겠다는 정신이 담겨져 있따.
이러한 노렌이 걸려 있는, 수백 년을 이어온 기업들이 존재하는 오사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건축회사 공고구미. 고객이 맡긴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이 오늘날까지 1400년 여를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소비자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단 하나의 과자를 사는 고객에게도 정성을 다해 포장하는 오사카 상인들. 저자는 이들 상인들의 가게를 14년간 오고가며 정리한 내용들을 담았기에 책을 읽는 동안 골목안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오사카 상인들의 모습과 그 풍경이 느껴진다.
도쿄와 오사카 사람들의 색깔도 읽어볼 수 있다.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드는데 주력한 일본 상인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의 상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각각의 의식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
<오사카 상인들>을 쓴 이시다 바이간은 노동은 힘들고 고단한 것이 아니라 인격 수양의 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빈둥거리고 노는 것보다는 대가가 없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하루 6시간 일해서 한 달에 쌀 3섬을 얻는다. 우리는 하루 8시간을 일해서 쌀 3섬 한 되를 얻는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오늘날 일본 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기업들의 창업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유리창 경영’을 해 온 마쓰시다 고노스케. 그는 회사에 대해 물건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을 남기는 것을 최고로 친 센바 상인의 정신이다. 그리고 돈 남기는 것을 제일 아래로 쳤다.
차별화로 성공을 이룬 아사히 맥주. 산토리 위스키,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의 탄생 배경을 갖고 있는 닛신식품 등 현대 오사카 출신 재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이어진다.
일본 오사카 상인들은 이익에 연연하는 것을 위험한 일로 생각하고, 인격과 신용을 갖추기 위해 애쓴다. 사업 자금과 생활비를 엄격히 구분하고 이익분배를 분명하게 하는 오사카 상인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 나라 기업들의 움직임과 태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사카 상인들 -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홍하상 지음,
효형출판, 200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