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모멘텀, 한나라당의 '오만'과 민주당의 '배신감'

[정치 톺아보기 50] 탄핵정국 뒤집어보기 ① 자업자득

등록 2004.03.22 18:53수정 2004.03.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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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건 의도한 것이건 열린우리당은 야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무리수’ 덕분에 총선 지지후보 정당이나 정당명부 지지도가 40~50%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그 수치에는 ‘감정의 거품’도 끼어 있는 만큼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지적대로 40%대로 조정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제는 우리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민주당-한나라당 두 야당이 손잡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 전까지 여론조사기관의 전문가들이 예측한 4.15 총선의 결과는 의석수를 기준으로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당의 순이었다. ‘차떼기당’ 이미지가 각인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리라는 데 의문을 품은 사람은 없었다.

그 결과 탄핵 발의 전의 예상 의석수는 대략 한나라당 130-140석, 우리당 90-100석, 민주당 40-50석, 기타 10석 안팎이었다(선거법 개정전의 기존 의석수 기준). 그러나 탄핵안 의결 이후 예상 의석수는 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뒤바뀌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보수세력의 위기의식과 정부권력과 의회권력의 일체됨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우리당이 제1당이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당의 ‘개헌 저지선 확보’ 호소에서 야당의 ‘개헌 저지선 확보’로 반전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우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오만한 거대야당의 횡포와 개헌 음모를 분쇄해야 한다면서 개헌 저지선(의석수의 1/3)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이제는 야당이 여당의 1당 독재 가능성을 우려하며 개헌 저지선을 호소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이 거대한 반전의 흐름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연유된 것일까. 그것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이 흐름의 국면을 설명해주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즉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을 처음부터 대통령으로서 인정하지 않은 오만한 한나라당과, 배신감과 복수에 눈이 멀어 제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 발의한 민주당, 그리고 대통령의 탈당으로 정체성을 상실한 채 오갈 데 없는 민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 노 대통령의 승부수가 모두 자업자득인 것이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발의 사태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명쾌하게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 표결 D-1일인 3월1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 대해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소견을 밝혀 주기 바란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에 당선된 ‘원죄’ ▲열린우리당 창당 및 지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의 세 가지를 적시했다.

노 대통령은 불과 서너 시간 후면 탄핵안 발의가 현실화되는 탄핵 표결 D-1일에 비장감 서린 어투로 “대통령 당선된 것이 책임이라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김대중 대통령, 5년 지나는 세월을 제가 봤다. 반대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흔들었다. 저도 비슷한 처지 아니겠나. 되면 처음부터 될 것 같은 것이 예고가 되고 당선돼야지, 완전히 떨어지는 것처럼 됐다가, 갑자기 뒤집어지는 바람에 아마 (그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제게 잘못이 있다면 당선된 원죄, 갑자기 모든 예측을 뒤집어엎고 당선된 죄, 그 원죄가 있고 그렇다. 그래서 (야당이) 저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닌가. 그래서 탄핵 얘기가 진작부터 나온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의 ‘원죄’는 기득권 세력이 인정할 수 없는 비주류-주변부 대통령?

치열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인식이다. 이같은 인식은 탄핵안이 가결된 3월12일 경남 마산을 방문해 경남지역 주요 여성단체장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권양숙 여사가 준비된 원고를 생략한 채 솔직히 털어놓은 소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민심이 선택한 게 대통령이었다. 국민 경선으로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에서도 처음엔 천정배 의원 1명만 우리 편이었다. 아무도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심은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했다. 대통령 선거사상 후보 단일화도 처음 이뤄냈다. 그러나 역사상 없었던 재검표도 했다. 저쪽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지 재검표를 했다.”

탄핵 의결의 부당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은 어쩌면 “참여정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과오가 있었다”고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정책적 잘못이 아닌 세련되지 못한 언행으로 대통령이 공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언행은 아니었다”는 권 여사의 항변 속에 잘 녹아 있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이 있다. 민심이 우리들을 선택한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는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등에 민심이 반응한 것이다. 학벌이나 언행을 보고 동의한 게 아니다.”

노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3무(無) 정치인이다. 실로 조직과 돈과 계보가 없는 이 3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국민의 지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도 현실에서 학벌의 벽은 철벽처럼 두터운 반면에 그의 언행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즉 그것은 탄핵의 두 가지 모멘텀 중의 하나인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기득권 세력이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비주류-주변부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된 그 자체였다. 그들로서는 조직과 돈과 계보 그리고 학벌이 없는 노 대통령을 ‘근본’조차도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탄핵의 모멘텀은 바로 노 대통령이 말한 ‘당선된 원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제17대 대통령 노무현’의 취임 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지난해 3월10일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거대야당 대표는 잊을 만하면 “대통령 인정하고 싶지 않다” “국민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막말을 해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학벌-연고 사회의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돛단배’

노 대통령이 ‘당선된 원죄’라고 표현한 지난 1년간의 소회의 비장감은 자신을 ‘학벌-연고 사회의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돛단배’로 묘사한 D-1일의 회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학벌사회이다. 연고사회이다. 일류학교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잘 짜여진 우리 사회 각계의 판에 제가 돛단배 하나 떠있듯이 떠있지 않나. (야당에 대한) 편파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 모르는 사이에 세부적인 면에 있어서 오히려 역 편파가 있지 않을까요? 이제 편파시비 이런 것 다 뛰어넘어서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은 4개 방송사가 전국에 중계하는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는 형 노건평씨를 옹호하느라 남 사장을 네 번씩이나 거론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졌다.

특히 “노건평씨는 아무런 힘이 없다”면서 “대우건설의 남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남 사장을 자살에 이르게 한 ‘좋은 학교’ 나온 보수엘리트층에 대한 조롱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남 사장의 자살에서 ‘대리 상심’하고 자존심을 자극받은 이들이 대통령 탄핵 표결이라는 정면승부를 감행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60%의 여론과 30%를 밑도는 바닥을 기는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지지도라는 탄핵의 ‘동력’이 있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난 87년 이후 직선제로 선출한 대통령 4명 중에서 유일하게 여당의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한 대통령이었다.

말하자면 ‘흔들기에 안성맞춤’인 대통령이었다.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도 지금처럼 거대야당을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조급함으로 절차의 정당성을 어기고 40일 남은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4년 남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무리수를 감행한 것이다.

탄핵의 또 다른 모멘텀, ‘노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에 의한 배신감과 증오’

노 대통령이 진단한 탄핵의 두 번째 원인은 열린우리당 창당 및 지지이다. 노 대통령은 앞서의 첫 번째 원인처럼 ‘원죄’라는 표현은 안썼지만 ‘또 하나의 죄’라는 표현으로 이것 또한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숙명’임을 암시했다.

“그 다음에 지역구도에 그대로 안주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창당해서 지역구도 이것 한번 해소해 보자라고 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 그것이 ‘또 하나의 죄’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석이 이처럼 불리하게 된 것을 감수하면서 소위 지역구도 극복이라고 하는 정치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오늘의 이 원인 아니겠나.”

노 대통령 입장에서 말한 ‘열린우리당 창당 및 지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에 의한 배신감과 증오’라는 탄핵의 또 다른 모멘텀과 ‘동전의 양면’이다.

경위야 어떻든 국민경선이라는 멋진 이벤트를 거쳐 제 손으로 뽑은 대선 후보를 어렵사리 대통령에 당선시켜 놓고도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이나, 닭이 먼저건 달걀이 먼저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 투쟁과 의정활동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민주당을 버리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꼴’이라는 자극적인 언사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놓은 노 대통령이나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론이지만, 제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고, 자신을 후보로 선출한 당을 한나라당보다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 이런 ‘골육상쟁’과 그로 인한 증오의 파국은, 노 대통령도 일전에 “민주당 재창당이 내 희망이었다”고 언급했듯이 ‘피할 수 있는 운명’이었다는 점이다.

2002년 12월 정권재창출에 성공하고서도 대통령의 탈당으로 졸지에 야당이 된 아픔을 딛고 지난해 12월 민주당의 새 선장으로 선임된 조순형 대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그때의 절치부심을 담은 ‘당선사례’가 실려 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은 분열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낡은 정치와 부패원조당인 한나라당, 배신분열정당인 열린우리당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제1당으로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탄핵 파국을 향해 째깍째깍 경고음을 내며 울려오는 ‘와신상담’의 시한폭탄에 아무런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복수와 증오에 눈이 멀어 ‘부패원조당’과 손잡는 우(愚)를 범한 민주당

물론 지금 존립기반을 상실한 민주당으로서는 두 가지 목표 가운데 어느 하나도 달성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논리에 사로잡혀 ‘배신분열정당’의 후견인인 노 대통령에 대한 복수와 증오에 눈이 멀어 ‘부패원조당’과 손잡는 우(愚)를 범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누구인가. 정통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민주 대 반민주’ 시절부터 줄기차게 싸워온 반북(反北)부패 기득권 세력이 아니던가. 또 한나라당은 여당 시절에 국민 세금인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빼돌려 쓴 ‘안풍’(민자당),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금한 ‘세풍’(신한국당),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는 ‘거대야당’의 집권 가능성을 무기로 ‘차떼기’를 감행한 부패 집단의 본산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물론 민주당에게도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60%의 여론과 30%를 밑도는 바닥을 기는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지지도라는 탄핵의 ‘동력’이 있었다. 게다가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선거구도가 여야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중간집단’인 민주당은 지지도가 10%대 미만으로 떨어지자 탄핵이라는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그래서 이들 또한 제3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적의 적’과 손잡고 40일 남은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4년 남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무리수를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 결과에서 보듯, 민주당이 ‘탄핵의 동력’으로 믿었던 이른바 ‘반노’표는 한나라당 지지표였을망정 민주당표는 아니었다.

제17대 대통령 노무현은 취임 1년만에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몇 가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처음으로 임기 초기에 '무당적 대통령'이 되었으며,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반안건 처리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신기록을 추가했다.

누가 강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본인 스스로 한 것이다.

한쪽 팔을 내주며 적의 목을 베는 노 대통령의 ‘노림수’와 야당의 ‘무리수’

재적의원 271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 13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역시 재적의원 271명 중에서 2/3가 넘는 181명 이상이면 탄핵소추안이 의결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심판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탄핵의 절차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남아있지만 국회의 의결로 직무정지를 당한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식물 대통령’의 신세일 수밖에 없다.

법률가인 노 대통령이 그런 절차와 그 결과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런 파국을 우려한 김원기·문희상 정치특보의 사과 제안에도 “저에게 맡겨 달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대통령은 불과 13표만 설득해도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는 데도 D-1일까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자민련 의원들과 탄핵에 소극적인 일부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FTA 비준안이나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 때에 보여준 노 대통령의 행보와는 딴판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자유로운 박관용 국회의장이 탄핵안을 상정하지 않고 몇 시간만 버텨도 자동 폐기되는 데도 박 의장에게 당부하지도 않았으며, 더욱이 마지막 타결책으로 4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주선하려는 박 의장의 제안마저 사실상 거절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배경에 대해 “부당한 횡포에 맞서서 헌정질서와 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는 말로 답변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외국 순방길에서 돌아와 ‘재신임 카드’를 불쑥 꺼냈을 때 야당이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재신임 표결을 해서 대통령직을 물러난다고 해도 국가가 불안하지 않을 만큼 나라도 커졌고 국민도 성숙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리고 탄핵의 원인(遠因)이 된 ‘재신임’ 카드를 빼어들게 된 ‘최도술 비리’를 계기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탄핵 정국, 노 대통령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노 대통령 태도에서 기인

노 대통령이 스스로 진단한 탄핵의 세 번째 원인은 ‘대선자금 수사’이다.

“대선자금 수사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탄핵까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는 제가 하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대선자금 수사가 벌어지게 된 것이 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 아닌가.”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탄핵의 파국을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은 정황과 근거를 들어, ‘차떼기당’(한나라당) 및 ‘고사’(민주당) 위기의 국면 돌파용으로 탄핵을 밀어붙인 야당의 ‘무리수’가 자신의 한쪽 팔을 내주며 적의 목을 베는 노 대통령의 무서운 ‘노림수’의 덫에 걸린 것처럼 분석되기도 한다. 이는 ‘설마’ 했던 탄핵안 처리가 강행되어 가결되고 그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수도권 싹쓸이’로 민심이 표출된 데 따른 결과론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13일 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김경재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 대통령이 수많은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 마지막 승부수는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예측과 달리 노 대통령의 재신임 승부수는 탄핵 승부수와 함께 또 다른 ‘대박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대박’이 탄핵 정국의 책임론을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앞서 말한 ‘대선자금 수사’에 빗댄 이런 반문은 가능하지 않을까.

“탄핵 정국과 탄핵안 의결이 노 대통령이 하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탄핵 정국이 벌어지게 된 것이 노 대통령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리고 그 책임론은 총선 뒤에 더 골이 깊어질지도 모를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대통령 책임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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