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알김경희
화암사를 두른 돌담 아래를 돌아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을 먼저 찾았습니다. 오래 전에 까놓은 둥근 알집 속에서 꿈틀대는 생명들의 안부를 살폈습니다. 도롱뇽과 개구리가 엉켜 살던 보금자리는 위태위태합니다. 수로를 연결시키는 콘크리트에서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바위와 낙엽, 도롱뇽 알이 벌겋습니다. 그래도 생명은 태어날 것입니다.
단지 더 걱정이 되는 것은 가뭄과 큰비입니다. 물이 마르면 햇빛에 타죽을 것이고 큰비가 내리면 거친 물결에 휩쓸려 1급수의 수원으로부터 멀어져가기 때문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몇 주 전에 경내에 심었던 산수유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서 있습니다. 보살님께 저 나무를 제가 심었다고 하자 반색을 하며 그렇지 않아도 오늘 주지 스님께서 오랜만에 오셔서 웬 나무를 누가 심었느냐고 묻기에 옛날부터 있었던 나무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함께 산수유를 심었던 객스님은 한 평 짜리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이달의 시가 떠오릅니다.
불일암 인운 스님에게(佛日庵贈因雲釋)
이달
寺在白雲中 (사재백운중)이나
白雲僧不掃 (백운승불소)라
客來門始開 (객래문시개)하니
萬壑松花老 (만학송화로)라
절이 흰 구름 속에 묻혀 있으나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를 않네
객이 찾아와 문을 열고 나서야
온 골짝 송화꽃 쇠었음을 알았네
아직 송화 가루 날리는 때는 아니지만 밖에서는 얼레지가 피었다가 지는데 저 스님은 모르고 계시는 겐지, 얼레지의 보랏빛 법열 속에서 봄날의 하늘을 열고 만물의 숨결을 데리고 천상과 지하를 오르내리시는지 모를 일입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오르면서 보았던 얼레지의 만개한 꽃잎이 다시 꽃망울을 접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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