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놀랍기만 하던 달마산 뾰족 봉우리가 부처의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김정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어느 순간 놀랍기만 하던 그 뾰족 봉우리들이 갑자기 둥글둥글 부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혹 달마산에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는 것인가? 갑자기 중국의 유명한 선승 조주선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날 어떤 스님이 조주선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느니라."
"있다면 어째서 가죽부대 속에 들어 있습니까?"
"그가 알면서도 짐짓 범했기 때문이니라."
다른날 다시 어떤 스님이 똑같은 질문을 조주선사에게 하였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일체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 했는데, 개에게는 어째서 없다고 하십니까?"
"개에게는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니라."
내가 이 봉우리를 보며 부처를 느꼈듯 달마라는 범상치 않은 산 이름과 미황사라는 절 이름이 절묘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왕족 출신으로 출가하여 타국에 불교를 포교하고자 혈혈단신 중국 땅으로 건너온 달마대사의 행적이나 한국불교 모두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 아닌 인도에서 직접 전래되었음을 증명하는 이 절의 창건설화가 너무나 유사했기에 더더욱 놀라웠다.
신라 경덕왕 8년(749) 돌배(石船) 한 척이 홀연히 달마산 아래 사자포에 와닿았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가까이 오기를 며칠 동안 계속했다. 의조화상이 정운, 장선 두 사미승과 향도 백명을 데리고 목욕 재계하고 기도하니 배가 육지에 닿았다. 배 안에는 금으로 된 뱃사공과 금함, 60 나한, 탱화 등이 가득 차 있었다. 또 검은 바위를 깨뜨리자 소 한마리가 뛰쳐 나오더니 삽시간에 큰 소가 되었다.
그 날 의조화상의 꿈에 몸 전체가 금으로 뒤덮인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는 우전국(인도) 왕인데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지으면 국운과 불교가 흥황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가 보니 소가 달마산 중턱에서 한번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한참 크게 울며 넘어지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멈췄던 곳에 통교사를 짓고 마지막으로 멈춘 곳에 또 절을 세웠다. 그리고 꿈에서 본 소 울음 소리가 매우 아름다웠다고 해서 아름다울 미(美) 자를 넣고 금인(金人)의 빛깔에서 누를 황(黃) 자를 따서 미황사(美黃寺)라 지었다고 한다.
미황사가 있는 서정리는 예전에 우분리라고 불리었다는데 불경을 짊어지고 쓰러져 죽은 소를 이 마을에 묻은 곳이라는 뜻에서 나온 듯하다.
그러고 보면 불성은 달마산과 미황사 구석구석 어디에고 촉촉하게 스며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불성은 미황사를 찾은 나에게, 내 이기심의 뿌리에도 촉촉히 스며들고 있었다. 마치 마른 이끼에 젖은 듯 만 듯 스며들면서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물의 자비처럼. 미황사에 대한 두번째 느낌은 물처럼 무변장대한 불성과의 만남이었다.
샘물 속 동백꽃 띄워진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