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는 마음에서 출발"

국제센터 건립추진, 국제교류문화원 김진배 원장

등록 2004.03.25 09:00수정 2004.03.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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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진배 원장

김진배 원장 ⓒ 권윤영

"일본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돈벌이가 되나요?", "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나요?"

국제교류문화원 김진배(47) 원장은 매일같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지난 95년 국제교류문화원을 설립한 이래 줄곧 받아왔던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일본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국제문화교류의 민간대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95년에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친절한 사람들과 깨끗한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독도, 위안부 문제로 굉장히 시끄러웠는데 그 분위기 속에서 내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본어를 통한 어떤 사회봉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업을 하던 그가 국제교류문화원을 설립하려 하자 가족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야만 했다. 일본과의 좋지 않은 국제관계 속에서 사회적인 편견도 심했다. 일본과 교류하는 단체를 만든다는 것이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모든 우려를 뒤로 하고 사단법인 국제교류문화원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이유는 일본인, 한국인이든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같은 인간으로서 사고한다면 한일간 감정의 골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선 대전여상과 전북의 진산공고 등에 대전여상, 진산공고에 무료 일본어 강좌를 열었다. 또한 한일간 친구를 사귀는 모임도 만들었다.

a 김 원장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한 길만을 가고 있다.

김 원장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한 길만을 가고 있다. ⓒ 권윤영

일본 야마가타 라디오 방송에서 지구 열도를 소개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1년 반 리포터로 활약하며 한국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던 그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강연을 갖는다. 그는 일본에 가면 "일본을 나쁘다"고 얘기하곤 한다. 과거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면 될 텐데 교과서 왜곡을 일삼는 일본도,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도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일본을 알고 일본인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인 1인당 가까운 일본인 3명씩을 만들면 일 대 일 대응관계가 가능해지고 동등한 관계에서 토론도 가능해지죠. 아픈 역사 때문에 한일 양국이 멀어지고 있고 나이든 사람이 행한 일 때문에 지금 세대가 편견을 갖고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는 인적교류를 중심으로 교류를 추진한다. 청소년들을 주요대상으로 삼아 국제교류 감각을 높이고 단순한 관광보다는 홈스테이를 통한 그 나라의 풍습, 일상생활을 배우며 가족 대 가족간의 교류를 하고 있다. 그 안에서는 항상 한일간의 역사적인 문제를 연계하는데, 독립기념관을 필수 코스로 방문시키면 많은 일본 청소년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하고 돌아간다.

“한국의 김치공장을 견학하고 김치 담그기를 경험하게 합니다. 관심을 갖게 만들고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한국과 김치는 역시 한국이 맛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거죠. 절대로 그 나라의 음식은 준비하지 않아요.”


전통에 초점을 맞춰 문화예술 교류나 자매도시 축제를 열기도 한다. 한중일간 청소년 축구 교류도 진행하는데, 한국인들은 승부에 집착하는데 반해 이들은 이기고 지고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단지 친선이 목적일 뿐 공통된 취미를 이용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어느새 9년째.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때로는 “정치에 뜻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냐”, “사업적 이득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순수한 뜻 하나만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전 재산을 쏟아붓고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며 해오고 있는 일이다.

처음 일본어를 배우던 당시에는 여섯 군데의 학원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마스터한 김 원장은 지금도 한달에 열흘 이상을 집에 머무르는 일이 없다. 그는 힘들고 지칠 때면 내일까지만 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지치는 날이면 “참 수고했다”, “우리지역에서는 왜곡된 교과서 채택하지 않겠다”라며 전화를 걸어오거나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증거가 되는 관련 자료를 보내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이다.

김 원장에게는 비영리 단체로서 종합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운영되는 민간교류단체는 이곳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가슴 한켠에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호주, 스리랑카, 필리핀, 베트남 등의 나라들과 국제교류를 하고 있지만 결코 현재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그는 대전을 국제교류의 메카로 삼겠다는 꿈을 품고 ‘국제센터’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제교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하면서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릅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특성을 갖고 있어요. 국제교류는 가족과 같은 개념으로 해야 하고, 국가관계는 이해득실을 따지지만 인간관계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지구 어디를 갔을 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왔을 때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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