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조선인민공화국 된다, 막자"

[현장] 광화문 '탄핵지지집회'... 반공연설회 방불

등록 2004.03.28 19:37수정 2004.03.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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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카드를 흔들며 '노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카드를 흔들며 '노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가 28일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친북좌익척결', '퇴진 노무현'이라고 적힌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가 28일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친북좌익척결', '퇴진 노무현'이라고 적힌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28일 오후 2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촛불행사에 대응하는 보수우익단체들의 '노무현대통령탄핵지지 국민한마당' 대회가 열렸다. 3000여명의 시민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었지만, 간혹 20대나 30대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는 여러모로 촛불행사를 '벤치마킹'한 형식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바른선택국민행동은 촛불행사에서처럼 참가자들에게 색색의 카드를 나누어줬는데, 이 카드에는 '노무현 퇴진' '시민혁명 분쇄' 'KBS 시청료 거부' '친북좌익척결' 등의 구호가 적혀있었다. 무대차량에도 촛불행사에서처럼 이 카드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주최 측은 "노무현이 물러나라 훌라훌라" 등의 운동권 구호도 익숙하게 구사했다. 시민발언대나 문화공연 프로그램도 촛불대회에서 사용한 형식이었다.

그러나 문화공연의 내용은 사뭇 달랐다. 무대차에는 짧은 치마와 배꼽티 차림의 무용단이 여러차례 올라가 '미쳐', '다 가라', '성인식' 등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동대문 패션상가 야외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노년층 참가자는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박수를 치거나 어깨춤을 추며 공연을 즐겼다.

송만기씨 "'권양숙씨 욕설 파문'은 MBC의 편집 조작"

송만기씨가 '권양숙씨 욕설' 파문과 관련해 해명성 발언을 하고 있다.
송만기씨가 '권양숙씨 욕설' 파문과 관련해 해명성 발언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사회는 '권양숙씨 욕설 파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송만기씨가 다시 사회를 맡았다.

송만기씨는 사회를 보기 전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송씨는 "사람들이 'XX년'이라고 욕하길래 나는 자제시키려고 했다"며 "MBC는 편집을 통해 상황을 조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승국 사장에게 그랬듯 한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발언 도중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가 "노사모 명계…라는 사람도 추미애 의원을 욕하지 않았냐"고 하자, 이 발언을 이어받은 송씨는 참가자들을 향해 "명계… 뭐예요? 새끼? 그러면 안 되지. 수준있게 놀아야지. 개새끼?"라고 말해 지난주 상황을 재연한 뒤 "그때 권양숙 여사 얘기가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앞에서 나온 욕설은 명계남씨의 발언이 아니다.

송씨를 비롯해 28일 집회에 나선 참가자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대회 참가자들을 "한총련, 노사모, 민주노총 등"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박원홍(무소속. 서초갑) 의원은 금배지를 단채 집회에 참석했다. 박 의원은 "증거는 없지만, 초를 실어주거나 나누어주는 모습이 조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참석에 대해 "당연히 올 데 왔다"며 "진보와 보수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너무 진보로 가있다"고 답했다. '탄핵찬성 집회도 선관위 해석상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 결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소규모 집회라서 선거나 헌법 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주겠냐"고 말했다.

"우리는 6.25 역전의 용사, 요새 젊은 것들이 뭘 아나"

집회가 끝나갈 무렵, 대통령 탄핵 지지자가 목에 걸고 있던 피켓을 풀고 있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대통령 탄핵 지지자가 목에 걸고 있던 피켓을 풀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무대 위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규탄보다는 친북좌익세력의 위험성에 대한 반공연설이 주를 이뤘다. 사람들도 "김정일 죽어라", "친북좌익세력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다.

봉두완 '반핵반김 국권수호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김일성이 쳐들어왔을 때 이 땅을 지킨 역전의 용사들"이라며 "그런데도 젊은이들에게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요새 젊은것들이 알면 뭘 아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발언에 참여한 문창식(70)씨 역시 "6.25 사변 때 폭격으로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원수를 갚기 위해 15살에 군대에 입대했다"며 "참전용사 일어나자"고 외쳤다. 송영인(61)씨는 "잘못하면 4월 15일 조선인민공화국이 된다, 그 위기를 막자"고 호소했다.

30대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탄핵지지모임 '노무현탄핵 적극지지 까페(cafe.daum.net/impeach)를 운영하는 박아무개(35)씨는 "불순세력이 일부 국민들의 정서를 악용해 합법 절차를 의회 쿠데타라고 선동하지만 모든 젊은이가 어리석지는 않다, 어르신들의 역사에서 배우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오후 6시께 모두 끝났다. 우익단체는 일단 이날 행사를 끝으로 탄핵지지집회를 중단할 계획이다.

28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카드를 흔들며 '노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지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카드를 흔들며 '노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박원홍 무소속 의원이 28일 탄핵지지집회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박원홍 무소속 의원이 28일 탄핵지지집회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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