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 기자회견권박효원
"지금의 정치구조에서는 '탄핵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어느 당이 압승하더라도 4년동안 다시 '가짜 민주주의'를 반복해야 한다."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다른네트워크(정보인권단체), 적극적 평화행동(반전단체) 등 6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www.democracy.or.kr)'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같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들이 이날 제안한 방식은 4.15 총선에서 투표용지와 함께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용지(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투표함에 넣는 것이다. 이들은 또 오는 4월 7일 이같은 제도 도입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이후 10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총선 전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보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탄핵 이후 인터넷과 촛불행사에서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여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반기면서도 실제 제도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을 비롯,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도 제도 도입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YMCA는 지난 23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각 정당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부패비리 정치인에 대해서는 당내 공천에서 배제하고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YMCA는 IMF 위기 이후 1998년부터 국민소환제 도입을 17대 총선의제로 꼽고 있었고 국민소환제 입법 공청회 및 서명운동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2003년부터는 '국민소환특별법안'을 검토하며, 제17대 국회 조기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정당 국민소환제 도입 공약은 진정성 의심스러워"
법조계 일각에서도 국민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의제의 설계와 입안은 어렵지 않다"며 "이미 주민발의제가 도입됐고, 주민소환제도도 가안이 만들어져 있어, 이를 수정보완해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경주 인하대 법학과 교수 역시 "공법학회 다수의 의견은 대의제 원리와 반한다는 논리지만, 우리 헌법에 이미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지금은 국회의원 한 번 뽑고 나면 그만 아니냐"면서 "이는 유권자와 대표자와의 관계를 19세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제도 도입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의제 취지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단체들은 정치권의 국민소환제 도입 입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 당장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 네트워크'만 하더라도 "헌법을 개정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공당으로 적절치 않은 '립서비스'"라며 공약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