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5

시작된 정의구현 (3)

등록 2004.03.31 09:48수정 2004.03.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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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한번 해보자는 거지? 야압! 일월도법 제일초 앵화분분!”
“흥! 어림도 없다. 이 악적! 본니의 검을 받아랏!”

쐐에에엑! 쓔아아아아앙!
채챙! 채채채채채챙!


초지악의 무적도와 보타신니의 검이 격돌되자 눈부신 불꽃이 산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둘 다 조금도 밀리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공력이나 화후가 비슷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년! 이것도 받아 봐랏! 일월도법 제삼초 횡단빙폭!”
“흥! 어림도 없지. 본니의 검도 받앗! 난광탈백!”

쐐에에에에엑! 휘이이이익!
채챙! 채채채챙!

검과 도가 교차한 가운데 반 장 간격으로 마주보고 선 둘은 상대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초지악은 대체 왜 이런 공격을 퍼붓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보타신니는 달랐다.


성니로 추앙받는 비구니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표독스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편이면서 왜 공격을 하는 것이냐?”
“흥! 몰라서 묻느냐? 겉으론 정인군자인 척하면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 네놈을 지옥에 보내려고 왔다. 더러운 놈! 죽어랏!”
“무어라……? 이년이 어디서 감히? 죽엇!”


자신의 엽색(獵色) 행각을 눈치채고 공격하려 한다 생각한 초지악은 전신 공력을 실어 도를 휘둘렀다. 자신의 치부(恥部)를 눈치챘다면 살인멸구(殺人滅口)가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쓔아아아앙! 쐐에에에엑!
채챙! 채채채채챙!

이번에도 무적도와 검이 격돌하면서 금속성과 더불어 불꽃을 튀겨냈다. 그러나 부서진 것은 없었다. 보타신니의 검이 무적도와 버금갈 명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순간 곳곳에서 혼전(混戰)이 벌어지고 있었다.

위기에 처했던 청타족들이 일제히 반격을 하고, 외부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장한들이 쇄도하면서 공격을 퍼붓자 이번엔 와룡곡 소속 예비대원들이 수세에 몰렸다. 포위된 채 공격당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여인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녀들도 무적검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병장기의 우위를 차지할 수 없던 예비대원들은 안팎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대의 수효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고, 무공의 정도 역시 엇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혼전은 새벽동이 틀 때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쐐에에에엑! 쓔아아아앙!
“아앗! 헉! 어디에?”

밤새 공방이 계속되었지만 단 한번도 시전되지 않았던 보타검법의 최후초식 분광약영(紛光躍影)이 펼쳐지자 초지악은 순간적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적검에 반사된 강렬한 빛으로 인하여 잠시 시야를 놓친 사이 보타신니의 신형이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던 그는 물컹하는 무엇인가를 밟았고,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악!”

이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예기(銳氣)에 몸을 돌린 초지악은 창졸간이지만 혼신의 공력을 실어 무적도를 떨쳐냈다.

쐐에에에에엑! 쓔아아아앙!
채챙! 채채채챙!
“으으윽! 우욱!”

나직한 신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초지악의 신형이 퉁겨져 나갔다. 그런 그의 앞섶은 시뻘건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보타신니는 마음먹고 공격한 것이지만 초지악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서로 비슷한 화후에 올라 있으면서도 당한 것이다.

지금껏 유지되었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은 보타검법의 묘용 때문이었다. 강렬한 빛을 반사시켜 상대로 하여금 잠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하고는 훌쩍 뛰어 넘은 뒤 배후에서 공격하니 순간적으로 막아낼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분광약영은 그리 강한 초식은 아니다. 단순히 빛을 반사시켜 상대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는 초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 전세(戰勢)를 뒤집는 데는 더 없이 적합한 초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보타검법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울컥하고 올라온 선혈을 토해낸 초지악의 눈빛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껏 한번도 시전하지 않던 일월도법의 최후초식이자 가장 강력한 초식인 일도양단(一刀兩斷)을 펼쳐 상대를 작살내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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