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이게'

숨은 척 하는 방송 속의 PPL

등록 2004.04.02 01:27수정 2004.04.0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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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BS <천국의 계단>

SBS <천국의 계단> ⓒ SBS

얼마 전,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SBS <천국의 계단>에서는 방송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던‘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권상우와 최지우의 커플 목걸이. 이 목걸이가 드라마의 전파를 타고 나온 순간부터 방송사의 홈페이지와 쇼핑몰에서는 ‘천국의 계단 목걸이’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몇 만원부터 10만원대에 이르기까지 그리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이 것뿐만이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기자나 연예인에게 의상을 협찬하면 그 다음날 그 매장에서는 “어제 OOO가 입고 나온 옷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의상이 동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반증해 주듯 현대 홈쇼핑 홍성원 대표이사 부사장은 “한류스타가 나오는 중국드라마에 상품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PPL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도 그들처럼 입고, 먹고, 살고 싶다

광고 중에는 직접 드러내 놓고 시청자들을 찾는 광고가 있는 반면에 시청자가 상품에 먼저 관심을 갖고 ‘저것, 어디 가면 살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있다. 후자가 바로 PPL이다.

PPL(Product placement)이란 특정 상품을 TV 드라마나 영화, 쇼 프로 등에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시청자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이미지를 심는 광고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TV 드라마다.

얼마 전 종영한 SBS의 <천국의 계단>,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배우들의 의상과 액세서리, 차 등이 모두 PPL로 장식되었다는 것을 관심있는 시청자라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천국의 계단>의 극중 차송주 역할을 한 권상우는 베엠베(BMW)에서 협찬 받은 차를 극이 진행되는 내내 끌고 나왔고, <발리에서 생긴 일>의 극중 정재민 역할을 한 조인성은 ‘BALLY’의 구두와 가방을 메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이들이 입은 옷과 타는 차는 시선 끌기로만 머물지 않고 직접적인 브랜드(BRAND) 이미지 상승과 매출의 상승을 불러왔다.

멋진 스타일의 배우들을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짓는다. 그리고 그들과 비슷하게 멋있어지고 싶어서 그들이 입고 나온 옷을 사고, 목걸이를 산다.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아는 회사들은 방송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또한 시청자들은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소비의 '러브레터'를 쉴새없이 받는다.


시청자들은 TV를 끄고 잠자리에 들 때야 비로소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인간은 소비의 동물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던 그 시기부터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상호의존적이며, 사회적인 동물이었다. 물물교환이 아닌 화폐가 나온 이후로 인간은 사회적 소비의 동물이 되었다. ‘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고 판다.

또한 사회적 소비의 동물이기에 같은 소비를 하려는 동물과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경쟁의 승리를 위해 경쟁이 지속될수록, 팔기 위해 혹은 사기 위해 더욱 매력적인 포장 도구를 찾게되었다.

매력적인 포장도구와 공격적인 공세만이 무한 소비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되고 만 것이다. 방송 PPL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PPL로 매출은 올라가고, 전 국민의 유행화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시청자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시청자들이 알면서도 소비하게 되는 것은 무의식중에 멋진 배우의 스타일이 떠오르면서 그 스타일이 우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PPL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기업체는 하이에나처럼 시청자와 쓸모 '있는' 배우들을 찾아다닌다.

광고와 방송과의 데이트

광고와 방송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특히 방송이 미디어 ‘산업’으로서의 파급력과 유효성을 갖는 한 더더욱 그렇다. 광고와 방송은 상호 공존한다. 광고가 붙을수록 방송 프로그램은 윤택해지고, 방송사의 살림살이도 나아진다.

방송과 광고의 공개데이트가 아닌 비밀 데이트 PPL. 규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식적인 '협찬'의 명목으로 PPL이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PPL이 나쁘다고도 좋다고도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다만, PPL로 인해 환상과 엉뚱한 소비의 욕구가 발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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