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의 반론 "김정일 추종세력과는 타협 불가능"

후배기자 비판에 답글 "일제시대 조선·동아가 우리 정부"

등록 2004.04.02 18:58수정 2004.04.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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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월간조선 발행인 겸 편집장이 <조선노보> 2일자를 통해 "기자들이 사실의 무기를 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조갑제 월간조선 발행인 겸 편집장이 <조선노보> 2일자를 통해 "기자들이 사실의 무기를 들자"고 주장하고 있다.조선노보 PDF

"남북한 무장 대치상황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과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대표적인 극우논객으로 불리는 조갑제 <월간조선> 발행인 겸 편집장의 행동논리를 결정하는 상황인식이다.

조 편집장은 2일 발행된 <조선노보>에서 김정일 추종세력과의 타협 불가능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또 "기자는 대부분 사안에서 관찰자여야 하지만 김정일 세력에 대해서는 관찰자로서만 남아있을 특권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 언론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할 안목과 용기를 잃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정확한 말쓰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조 편집장의 이같은 주장은 김성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가 지난 3월 19일자 <조선노보>에 조 편집장의 지나친 선동가적 행태를 비판하자 반박성 답글을 실으면서 이뤄졌다. 그는 김성현 기자의 비판과 관련, 상당부분 자신이 한국 상황을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용어로써 전달하려고 하는데 대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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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인터넷판 통해 조갑제 공개비판

그는 "언론자유는 기자 개개인이 지켜내는 것"이라는 안병훈 조선일보 전 부사장의 퇴임사를 인용한 뒤 "기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處變不驚'(처변불경:상황이 변해도 놀라지 않음)을 강조하고 "놀라지 말고 겁먹지 말고 눈감지 말고 우리도 사실의 무기를 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자는 관찰자'라는 평소 지론과 관련, 김정일 추종세력에게는 예외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월간조선의 두 기자가 탈북해 중국에 숨어지내던 납북어부들을 관찰(취재)하다가 그들을 아예 조국으로 데려와버렸다"며 언론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칭송했다. 또 자신이 '시민운동가'로 비쳐지도록 한 글들은 거의 전부가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선동 실체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월간조선의 기자됨은 고통이자 영광이고 행운"임을 전제한 그는 조선일보가 민족지임을 강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85년간 같은 역사적 업적을 남긴 예가 세계 언론사상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를 잃었던 일제시대 조선 동아가 우리의 정부였다"며 "이승만에서 전두환까지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선 동아가 굴종했다는 식으로 비난한 것만큼 천박한 사실왜곡은 없다"고까지 비유했다.


또 그는 현재 언론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선 6.29선언 이전 기자들이 독자들과 함께 싸워서 얻어낸 언론자유를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어용방송·친북언론들이 공짜로 누리면서 공동체 파괴에 쓰고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반민족-수구세력인 김정일과 추종자들을 '진보'로 추켜주고, 한국의 정통주류세력을 '수구-보수'로 격하하는 언론의 용어선택을 다음 과오로 제시했다.

그는 기자들의 정확한 용어선택은 독자들이 상황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말과 글로써 먹고사는 기자들이 좌파 선동가들의 말장난에 넘어가 正名(정명)의 문법을 버림으로써 국민들 판단력을 흐려버린 과오는 '천황만세!'보다 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선동의 실체를 읽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엄중한 충고이다.


다음은 조갑제 편집장이 <조선노보> 2일자에 쓴 반론 전문이다.

김성현 기자의 글을 유럽 여행 중에 읽었습니다. 고마운 글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헌책방에서까지 찾아내 꼼꼼히 읽어주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선일보-월간조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과 불안들을 핵심적으로 제기한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성현 기자는 제가 1980년대에 썼던 기사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라고 좋게 말해주었고, 최근 개인 사이트에 올린 저의 글들을 '완고한 기성세대의 이미지'라고 비판하면서 '기자는 관찰자'여야 하고 '소위 개혁이나 진보에 대해서 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살고있는 저의 행동논리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인식의 바탕은 이러합니다. "남북한 무장대치상황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樣式(양식)과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국가공동체는 主敵(주적)을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국민의 자격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과 그 추종세력을 敵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무를 집니다. 기자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관찰자여야 하지만 김정일 세력에 대해서는 관찰자로서만 남아 있을 특권이 없습니다.

월간조선의 두 기자(金容三-金演光)는 탈북하여 중국에서 숨어지내던 세 명의 납북어부들을 관찰(취재)하다가 그들을 아예 조국으로 데려와버렸습니다. 두 기자의 행동은 언론의 正道(정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언론의 精髓(정수)를 보여준 것입니다.

김성현 기자의 눈에 제가 '완고한 시민 운동가'로 비쳐지도록 한 글들은 거의 전부가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이 경우에도 저는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李穗根(이수근)은 간첩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비롯하여 제가 썼던 많은 용공조작 폭로 기사가 그런 사례일 것입니다.

오늘날 조선일보-월간조선의 기자됨은 고통이자 영광이고 행운입니다. 세계 언론사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85년간 해왔던 것과 같은 비중의 역사적 업적을 남긴 예는 없을 것입니다. 나라를 잃었던 일제시대 조선 동아가 우리의 정부였습니다. 정부가 민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두 신문이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민족지인 것입니다. 민족의 고민을 조선일보의 고민으로 끌어안고 민족과 함께 상처 받고 민족과 함께 일어섰다는 점에서 민족지인 것입니다.

李承晩(이승만)에서 全斗煥(전두환)까지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선 동아가 굴종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만큼 천박한 사실왜곡은 없습니다. 김성현 기자를 비롯한 젊은 기자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는 1987년 6·29 선언 이전에 일했던 기자들이 독자들과 함께 싸워서 얻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쟁취한 언론자유를 공짜로, 그것도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쓰고 있는 것이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지금의 어용방송·친북언론들입니다.

조선일보·월간조선, 그리고 저는 현존 권력과는 긴장관계를, 지나간 현대사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늘 유지해왔습니다. 국가공동체의 가치관인 자유민주주의와 민족문화를 수호·계승·발전시키고 조선일보의 언론정신을 이어가는 것-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이러한 민족사적 짐의 무게 때문입니다.

저는 김성현 기자의 글에서 "소위 '개혁'이나 '진보'"라고 표기한 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한국의 언론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과오는 反民族-守舊(반민족-수구)세력인 김정일과 그 추종자들을 '진보'라고 추켜주고, 세계사적인 진보를 이룩한 한국의 정통주류세력을 '守舊-보수'라고 격하하는 용어선택일 것입니다. 기자들은 그들을 '친북', '좌익'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할 용기가 없으니 그들이 불러달라는대로 김정일의 전위대 한총련까지도 '진보'라고 표기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피아식별 기능을 마비시킨 기회주의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습니다.

언론이 씌워준 '진보'라는 탈 뒤에 숨어서 前근대-守舊-親김정일 세력들이 벌이고 있는 불법소요는 이제는 '진보적 행동'이 되어 법망까지 피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성현 기자의 사려 깊은 표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단체가 '반역혐의자'를 '민주인사'라 미화하고 그에게 '안중근 상'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언론이 이들을 '진보'라고 격려해왔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정확한 용어 선택은 독자들이 상황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핵심입니다. 청와대와 국회까지 옮기는 遷都(천도)를 盧武鉉(노무현) 측이 주문하는대로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써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수도이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과 글로써 먹고사는 기자들이 좌파 선동가들의 말장난에 넘어가 正名(정명)의 문법을 버림으로써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려버린 과오는 강제된 "천황만세!"보다도 더한 것입니다.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 선동의 실체를 읽을 수 있습니다. 理念(이념)이란 '이론화된 신념'이니까요.

김성현 기자는 예술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저질 코미디인 <황산벌>에 대한 저의 영화평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계백과 관창의 황산벌 전투 이야기는 민족의 유산입니다. 195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저 또래의 소년소녀들은 그 비장한 이야기를 통해서 애국심에 눈을 떴습니다. 국민 교육의 소재이기도 한 민족사의 소중한 추억을 우스개 소재로 써먹은 것을 비판한 단 한 사람의 기자가 저라면 쓸쓸한 역사입니다.

신라가 당시의 세계최강제국(唐)을 한반도에서 밀어내고 달성한 삼국통일을 제가 옹호하는 것은, 최초의 민족통일국가 건설과 최초의 국민국가 건설은 같은 민족사적 정통성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통일의 부정은 대한민국 부정으로 直進(직진)하기 십상입니다.

대한민국 건국을 분열정권 수립으로 보는 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기자 회견에서 "남북한이 지방정부가 되는 국가연합 방식으로 통일하되 수도는 개성으로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영토조항과 통일방안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사실상 북한정권의 연방제 적화통일방안의 핵심 내용을 수용한 놀라운 발언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月刊朝鮮 이외의 어느 언론도 대통령의 이 反헌법-反국가적 발언을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할 안목과 용기를 잃고 있습니다.

盧정권이 계급적 증오심까지 드러내면서 국민을 분열시켜 법치국가를 해체 위기로까지 몰아가고 있는 그 본질적 위험성을 언론은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야당도 선거법 위반 정도의 피상적 문제의식으로써 탄핵의결을 관철했다가 '사소한 것으로 대통령을 밀어내려 한다'는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김성현 기자의 비판 중 상당 부분은 제가 한국의 상황을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용어로써 전달하려고 하는 데 대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시민운동가 같다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정확한 말쓰기'일 뿐입니다.

저는 安秉勳 부사장이 퇴임사에서 한 말을 기억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기자 개개인이 지켜내는 것이다", "2+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선동적 권력으로부터 위협당할 때 기자는 폭력적 권력 앞에서 그러했듯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處變不驚(처변불경)-놀라지 말고 겁먹지 말고 눈감지 말고 우리도 무기를 듭시다. 사실의 무기를! / 趙甲濟·月刊朝鮮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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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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