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을 돕기 위한 국민지원센터가 첫 발을 내디뎠다.백한승
지난 96년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 정부에 북한관련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9년형을 언도받고 수감 중인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을 돕기 위한 국민지원센터가 첫 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후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로버트 김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한 '투 톱 체제'가 순수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는 산하에 '로버트 김 돕기 범국민 지원센터(센터장 백동일)'를 조직하고 5일 서울 팝그린호텔에서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 민병돈 전 육사교장 등 각계 인사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탈북자를 도운 혐의로 중국 감옥에 갇혀 있다 최근 풀려난 사진작가 석재현(34·경일대 강사)씨가 부인 강혜원씨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후원회가 로버트 김 사건을 알리고, 그 해결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포괄적 활동을 전개한다면, 이날 출범한 지원센터는 로버트 김 출소 후 건강한 재기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기반 마련에 필요한 구체적 준비를 하게 된다. 이미 김수환 추기경, 조용기 목사, 이세중 변호사 등이 고문으로 위촉됐고, 운영을 담당할 인선작업도 마쳤다.
백동일 지원센터장은 "살아 있는 동안 그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제일 큰 도움이 되고,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인가를 늘 생각해 왔다"며 "이제 어떻게 하면 남은 여생 동안 그가 겪은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에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웅진 후원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후원활동은 내정간섭이 아닌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정부는 진정한 우방으로서의 우리의 이런 신념과 원칙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며, 현 정부의 해결의지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 | “동병상련 심정으로 가입... 국민적 사랑 끊임없이 나눠야” | | | [인터뷰] 로버트 김 후원회 가입한 석재현씨 | | | |
| | | ▲ 석재현씨. | | 탈북자들을 돕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1년2개월의 구금생활 끝에 석방된 사진작가 석재현(34·경일대 강사) 씨가 지난 5일 열린 ‘로버트 김 돕기 범국민 지원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달 로버트 김 후원회를 찾아 회원으로 가입하고, 로버트 김의 보호관찰 해제를 촉구하는 후원활동을 약속했다.
짧은 머리에 짙은 고동색 재킷을 입고 부인 강혜원씨와 함께 나란히 행사장을 찾은 석씨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들께 감사의 뜻을 먼저 전해야 할 것 같다”고 인사했다. 그는 “대단하지 않은 일을 준비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으며 무척 외롭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모국에서 도와 주셨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석씨는 “누구라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땅을 벗어나는 순간, 애국자가 되기 마련이지만, 로버트 김은 모국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후원회에 가입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는 구속 기간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외로움을 체험했다”며 “이런 자리에 와서 보니 아직 우리 사회에 서로 사랑을 나누고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마음을 모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는다”고 미소 지었다.
석씨는 수감 생활 중 아내로부터 친구나 가족 이외, 국민들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큰 힘을 얻었다면서 “로버트 김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많은 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그분께 이러한 국민적 사랑을 끊임없이 나누고 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나눈 로버트 김에게 “비록 연세는 많아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고국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우선 미력이나마 힘이 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도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히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후원회 측과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과 언론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당부한 석씨는 “동포에 대한 개인의 뜻과 의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그래야 외교관계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김범태 | | | | |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우리 시간으로 4일 밤 녹음된 로버트 김의 육성 메시지가 공개됐다. 로버트 김은 이 육성 편지에서 "현재 제약된 생활환경에도 여러분의 협조와 격려에 힘입어 건강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회생활도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고 "조국과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버지니아주 윈체스터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로버트 김은 7월 출소를 앞두고 "끝마치는 날까지 초연한 자세로 비굴하지 않게 수감생활을 마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미 지난달 26일 행정자치부로부터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허가를 받은 로버트 김 돕기 범국민 지원센터는 이날 출범식과 함께 곧바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지원센터는 앞으로 KT,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700서비스, 기업체 후원, 인터넷 모금, 가두모금 등 다양한 형태의 모금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로버트 김의 생계를 돕고, 출소 후 그가 여생을 바쳐 헌신하기 원하는 사회사업기금으로 운용될 예정. 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면과 보호관찰 감형을 계속 요구하여 로버트 김이 법적인 지위와 명예를 회복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활동을 벌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김 돕기 범국민 지원센터는 출범에 앞서 지난달 11일(목) 프레스센터에서 선언식을 갖고,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금을 모아 로버트 김의 재기와 사회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로버트 김 후원회에는 3일(토) 현재 738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1000여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7000여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 | 로버트 김 돕기 범국민 지원센터 출범 선언문 | | | “효율적 방법으로 성금 모아 로버트 김 희망 실현할 것” | | | |
| | ▲ 지난달 11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범선언식 모습. | | | 출소까지 앞으로 4개월여.
로버트 김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로버트 김 사건 해결의 방향은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사면과 보호관찰 말소입니다. 그동안 탄원서, 신문광고, 담당자 면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을 촉구했고, 지금은 현 정부의 관심에 주목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로버트 김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법률적인 차원의 해결 못지않게 출소 후 경제적, 사회적 재기가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이뤄진 성과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후원회가 쌓아온 국민적 관심과 지지기반 위에 당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김 국민지원센터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후원회가 로버트 김 문제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포괄적인 역할을 한다면 지원센터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재기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게 됩니다. 조국을 돕다가 큰 희생을 치룬 로버트 김을 동포애적,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끝까지 지원하고 책임지는 아름다운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관계당국에 합법적인 모금을 위한 허가를 신청했고, 지원센터의 인선작업도 완료되는 등 출범을 위한 준비는 마친 상태입니다. 출범과 함께 효율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성금을 모금, 여생을 조국과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로버트 김의 희망을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로버트 김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왜곡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관료주의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 축소, 외면해 왔지만, 언론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조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는 사건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그 결과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정치적, 이념적 의도가 없는 순수 민간단체로 로버트 김 후원을 위한 활동에만 전념할 것입니다. 로버트 김이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조국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듯, 지원센터는 정부와 국민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 김범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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