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54명 "민주세력의 원내진출 돕겠다"

<난쏘공> 조세희씨는 12일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 예정

등록 2004.04.06 17:35수정 2004.04.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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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3시 30분 시인 도종환씨를 포함해 작가 54인이 진보정치의 원내진출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6일 오후 3시 30분 시인 도종환씨를 포함해 작가 54인이 진보정치의 원내진출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형

시인 도종환, 김해자, 소설가 김영현, 평론가 현준만 등 문인 54명이 "민주화세력의 원내진출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진보정치 세력의 진출을 소망하는 작가들'(이하 작가단)은 6일 오후 3시30분 서울 인사동 시인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4·15총선은 부패한 수구 정치 세력을 척결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며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진보정치 세력이 국회 안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가단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서명에 동참한 상당수 작가들이 민주노동당 당원이거나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어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 내지 우호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편, 오는 12일에는 소설가 공선옥씨를 포함해 문학예술인 150인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며, 특히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세희씨도 이날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12일 조세희씨 등 문화예술계 150인 민주노동당 지지 예정

작가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친일과 냉전, 독재정권의 뿌리를 이어온 매판 수구세력이 우리 사회를 독점해 왔다"며 "그 오만과 욕심이 마침내 탄핵소추라는 죄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작가단은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는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기는 커녕 고통만 안겨줄 따름"이라며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세력도, 망국적 지역감정의 벽도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거대한 물결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작가단은 이날 서명에 포함된 54명 이외에도 9명이 추가로 동참의사를 밝혔다며, "대표적 진보문인 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차원에서 추진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우선 상징적으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작가들 중심으로 성명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참석한 작가들과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비용을 마련해 신문광고도 조만간 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서명에 참석한 작가 54명의 명단과 성명서 내용이다.


진보정치 세력의 진출을 소망하는 작가들 명단

김영현, 고영직, 공광규, 김기홍, 김남일, 김명인, 김명환, 김민영, 김기선, 김별아, 김지우, 김신우, 김용만, 김윤태, 김인호, 김재호, 김주대, 김재영, 김창규, 김하경, 김한수, 김해자, 김하돈, 김형식, 김광선, 도종환, 문동만, 박두규, 박영희, 박일환, 방현석, 백원담, 서성란, 서정홍, 송호필, 송경동, 송경아, 신동호, 신현수, 오철수, 용환신, 윤기현, 윤동수, 이인휘, 이한주, 전성태, 정도상, 정우영, 정인화, 정혜주, 정화진, 조태진, 현준만, 함순례.
(이상 54명)

진보정당 원내진출을 지지하는 문학인 선언

목련이 눈부신 봄날입니다. 우리는 이 좋은 날에 거리로 나가 '민주 수호'를 외치고 싶지 않습니다. '전쟁반대'를 외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 보호'를 외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들 손을 잡고 생명의 소리 가득한 새순 움트는 들판의 햇살 속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막걸리 한 사발 돌리며 춤추듯 모 심는 농민들을 보고 싶고, 공장에서 좋은 제품을 생산해 내며 기뻐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싶습니다. 거리에 나앉은 철거민들이 임대아파트일망정 가족과 더불어 살기를 바랍니다. 시장에서는 콩나물 한 주먹을 덤으로 얹어주는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이 살아있는 풍경을 보고 싶고, 월급쟁이들이 월급만으로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친일과 냉전, 그리고 독재정권의 뿌리를 이어온 매판 수구세력이 우리 사회의 정치를 독점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늘 국가와 국민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태생적 원죄를 은폐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그 오만과 욕심은 마침내 '탄핵소추'라는 죄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촛불을 들고 '민주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특정 집단의 사주를 받고 나왔다는 식으로 호도했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는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기는커녕 고통만 안겨줄 따름입니다. 국민의 뜻을 저버린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세력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4.15총선을 부패한 수구 정치 세력을 몰아내는 기회로 삼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나가는 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진보정치 세력도 우리 사회의 전면에 나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진보정치 세력이 국회 안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계층의 목소리가 올바로 반영되는 정치가 실현되는 날,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에 꿈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당한 대가와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한숨과 탄식의 소리도 점점 줄어들 것이고, 빈익빈 부익부로 심화된 계층의 갈등도 좁힐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거대한 물결은 시작됐습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세력도, 망국적 지역감정의 벽도 이 위대한 물결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4.15총선은 부패한 수구세력을 척결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이 땅에 새로운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원년의 날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진보정치 세력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는 날로 기록되기를 소망합니다.  

2004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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