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는 묘에 가보면 손가락 길이의 풀이 배가 불러 안쪽에 하얀 밥을 머금고 있습니다. 껌으로 맛있게 먹었지요. 이건 너무 피어서 철이 지난 겁니다. 며칠 전 산소에 가봤더니 아직 피지 않았더군요. 이삼일 지나면 한철일 겁니다.김규환
봄에 나는 모든 싹과 꽃은 나물이요, 먹을거리였으니 식물학자 뺨칠 정도로 아이들은 그 분야의 대가가 되어 갔다. 여름엔 앵두, 오둘개(오디), 범(버찌), 때왈(산딸기)을 따먹고 가을로 가면 머루, 다래, 으름, 깨금(개암), 장구밥으로 채우고 고구마, 고욤, 칡뿌리, 초가지붕 위에 올려진 홍시가 긴긴 겨울을 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겨울 끝자락엔 개밥나무(버들강아지) 열매를 따서 우물우물 껌처럼 씹어댔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면 꽃이 먼저 나와 아이를 반가이 맞는다. 개꽃도 아닌 참꽃이 그것인데 몽우리가 활짝 피어 산에 불을 질러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진달래가 활짝 피면 그 쌉싸름한 연분홍 꽃잎을 따먹었다.
한 입 가득 입에 넣고 설움을 씹는다. 사카린과 물을 섞어 단술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몇 장은 조심히 따서 어머니께 갖다드리면 반 되 남은 찹쌀 가루를 절구에 푹푹 찧어서 화전(花煎)을 이쁘게 부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