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례 1번’ 여풍…자민련만 ‘삐딱선’ | | | 비례대표 여성후보 분석 | | | |
사상 처음으로 정당명부 투표제로 뽑히는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누가 포함돼 있는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부터 비례대표 의석은 16대 때보다 10석이 늘어난 56석이 됐으며 이 가운데 50%인 28석이 여성들에게 할당됐다.
지난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비례대표 출마자 중 여성 후보는 한나라당 21명, 민주당 15명, 열린우리당 26명, 민주노동당 8명, 자민련 5명이었으며 그 외 녹색사회민주당 등 군소 정당 출마자까지 합하면 모두 91명이었다. 전체 후보 등록자 190명중 여성의 비율은 47.9%를 차지했다.
군소정당 포함 선관위 등록 출마자 47% 여성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17대 총선 비례대표 출마 여성의 명단을 살펴보면 ‘서울에 살고 있는 정당 정치인’이 가장 많았다. 평균 연령은 52세를 기록했다. 분야별 분포를 살펴보면 정당 정치인이 21명이었으며 교수 등 학계 출신이 14명, 의료계가 7명, 문화 예술 언론계가 5명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고 연령은 한나라당 비례 23번을 받은 문희(68) 한국여약사회 명예회장이었고, 최연소는 민주노동당 비례 9번을 받은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휴학생 이주희(26)씨였다. 95% 이상이 대졸 이상 학력자로 고학력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각 당의 비례대표 1번 등 당선 안정권에는 지난 1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선정한 101명에 포함된 인사 31명(34.1%)이 들어 있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나라당에는 7명, 민주당에는 6명, 열린우리당에는 13명, 민주노동당에는 2명, 자민련에는 2명, 국민통합21에도 1명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유은혜 부대변인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명단을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도덕성, 사회적 신망, 전문성, 민주적 리더십 등 후보 선정 기준이 당내 선정 기준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고 인정했다.
각 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비례대표 1번은 자민련을 제외한 한나라, 민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모두 1번 후보를 여성으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경제 회생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한나라당은 최초의 여성 경제학 박사인 김애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정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정책으로 평가받는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성정치운동을 이끌어온 손봉숙 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을 비례대표 1번으로 추대했다. 탄핵 역풍으로 여론조사 지지도가 급락한 와중에도 민주당에 입당해 ‘의리의 구원투수’란 별명을 얻은 손 이사장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해서 애초 했던 입당 약속을 파기할 수 없었다”며 “공정한 선거의 롤모델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열린우리당은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여성 장애인을 비례 1번으로 배정해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장향숙씨는 “우리당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겠다는 의미로 나를 1번으로 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원들의 투표에 의해 민주노동당 비례 1번으로 뽑힌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민주노동당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인 동시에 여성의 정당”이라면서 “여성,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의 스피커’가 되려고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물망 오른 고은광순·이춘호·김금래씨는 빠져
한편 호주제 폐지를 이끌었던 고은광순씨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명단에서 빠졌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춘호 여성유권자연맹 회장과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국장도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각 당 관계자들은 도덕성, 참신성, 개혁성, 전문성, 직능단체 대표성 등을 고려해 비례대표를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당인, 교수 등 특정 분야 전문가에 비례대표가 쏠려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총선여성연대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비례대표 50% 이상 여성할당이 의무화됨으로써 이번 총선에서 여성 의원 수는 최초로 두 자릿수가 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당선권 내에 학계와 정·관계 출신의 후보들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적 소수자나 직능대표의 진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