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11

백호와 만나다 3

등록 2004.04.09 17:15수정 2004.04.0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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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언니가 바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바리야. 하지만, 아직 살아 계셔, 네 친구들 부모님 지금 전부 호랑이가 되어있지만, 그 착한 마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단다. 모양만 그런 호랑이가 되어있을 뿐 마음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단다.”


바리는 울상이 되어 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우리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는데요. 어떻게 해야 불쌍한 혜리하고 다른 친구들이 다시 사람이 되는데요.”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구나.”

바리는 눈물이 글썽한 눈을 들어 산신 할아버지와 호랑이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그 붉은 눈의 호랑이들이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너야. 바로 네가 그들의 눈을 보았기 때문이야.”

바리는 동물원에서 보았던, 그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한 눈동자를 떠올렸습니다. 선녀 언니가 말했습니다


“눈동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호랑이의 눈을 본 사람은, 그 붉은 눈 호랑이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람의 영혼까지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공격하지 못하지, 그러니까, 너만이 너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구할 수 있어.”

“그래요? 그럼, 지금 당장 가요!”

바리는 당장이라도 일어날듯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얼굴빛이 금방 변하며 말했습니다.

“그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는데요 … 얘기해 주세요.”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산신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습니다.

“바리야, 너는 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

바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무 의심않고 그대로 마음 속에 받아들일 수 있느냔 말이다.”

그러면서 산신 할아버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이 나뭇잎 속에 피가 흐르고, 저 태양빛을 모아서 나무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 저 나무줄기에 자라고 있는 징그러운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아갈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 것들을 의심하지 않고 마음 속에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그 잎 속에 물이 흐르고, 그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바리는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산신 할아버지는 다시 말을 했습니다.

“그렇듯이, 그 끔찍해 보이는 붉은 눈의 호랑이들도, 속에는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고, 겉보기와는 다른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을 안아줄 수 있겠니? 겉보기엔 힘이 없어 보이고 연약한 너에게 이런 큰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이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나가는 것처럼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말이다.”

바리는 아직까지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만약 바리가 호랑이의 눈을 통해서 그들의 영혼을 볼 수 있다면, 그래서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산신 할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으셨습니다.

“네가 약하고 어려 보여도, 네가 그 호랑이들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걸 그냥 믿을 수 있겠니? 네가 그것을 믿지 못하면…… 우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구나”

그러자 선녀 언니가 해준 말들이 점차 믿기기 시작했습니다.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죽은 그 호랑이의 피와, 그 호랑이들의 분노심, 그리고 사람들과 적이 되어서 살아야만 하는 호랑이들이 가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산신 할아버지께 똑똑히 말했습니다.

“예, 전 믿어요. 전부 맞아요”

그러자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선녀 언니는 다시 말없이 바리의 머리를 만져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너라는 게 너무 다행이구나.”

선녀 언니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나뭇잎에 물길이 흐르지 못하고, 저 애벌레가 나비로 태어나지 못하면 이들이 살고 있는 그 숲에는 커다란 문제가 생기게 되겠지? 지금, 그 호랑이들은 이 세상을 자기의 멋대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바리는 모든 것들이 다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만 하면 돼. 그리고 이 언니와 저 호랑이가 네 곁에서 도와줄거야.”

산신 할아버지 옆에서 앉아있기만 하던 호랑이가 바리 곁으로 나왔습니다. 바리가 물었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그 질문을 들은 산신할아버지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호랑이가 말했습니다.

“가만 있어보자, 나한테 이름 같은 게 있었나? 난 그냥 산신할아버지가 부르기 전에 항상 그 분 옆에 있었기 때문에, 한번도 날 부르신 적이 없거든. 나한텐 이름 같은게 필요가 없었어. 그런데 내가 지난번에 동물원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날 백호라고 부르더군.”

바리는 지난번에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그럼, 서울대공원에서 도망쳐 나온 호랑이가 바로 너였어?”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너를 만나러 서울에 오기는 해야되겠는데, 난 한번도 백두산을 떠나본 일이 없었어, 그래서 백두산에 온 동물탐사단에게 일부러 붙잡혀서 서울로 오게 된거야."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데?”

“원하는 곳엔 어디에든 갈 수 있어. 어느 곳에 가든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바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선녀 언니는 말했습니다.

“바리야, 이제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이제 바리와 호랑이는 둘이서 이 세상에서 인간들을 돌보고 있는 신들을 만나야 한단다. 너와 이 백호가 나쁜 호랑이들을 방해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예상치 못할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 하지만, 기억하렴, 모든 것은 다 옛날로 돌아올거야. 가신들은 지금 붉은 눈 호랑이들의 위협에 빠져있는데, 바리와 이 호랑이가 그 분들을 전부 도와서 그 분들 기를 여기에 담아 모아야해.”

선녀 언니는 손에 가지고 있던 맑은 구슬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리의 얼굴 앞에서 파랗게 빛났습니다.

“이게 바로 여의주란다. 그분들이 주신 기를 이곳에 담으면 저 호랑이와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단다.”

“네?”

바리는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 줄을 몰랐습니다.

“그럼, 그 가신들은 어디에 계세요? 언제 하늘나라에 가는데요?”

”12월 29일날 한 분이 배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실거야. 그분과 함께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어, 그날이 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그러면 너무 늦어."

호랑이가 말을 이었습니다.

“당장 신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해야할 것 같애.”

그리고 나서 호랑이는 산신 할아버지 앞에서 꾸벅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저는 바리와 여행을 떠납니다. 모든 일을 잘 성사시키고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산신 할아버지는 말했습니다.

“걱정 말거라, 아무 염려 말아. 바리와 함께 열심을 다해 신들을 만나 기를 모으거라. 지금 호랑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의주를 능가하는 힘을 만들어 하늘나라에 가거라.”

선녀 언니는 호랑이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말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그리고 바리를 꼭 잘 보살펴 줘야해.”

선녀 언니는 바리를 보고 말했습니다.

“네가 필요할 때, 날개옷 입고 언제라도 달려올거야. 그리고 배고플 때마다 언제나 꺼내먹으렴. "

선녀 언니는 그 맛있는 복숭아를 향기 나는 보자기에 넣어 단단히 묶어 건네주었습니다. 산신 할아버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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